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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52] 사소한 한마디 말이 평생을 좌우한다

2025. 02. 14 by 영주시민신문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만 잘 하면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으로 말이란 게 생각보다는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경우가 많다.

몽골에 ‘칼의 상처는 아물어도 말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이 그만큼 중요해서 함부로 말하다가는 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게 말이다. 그러니 말은 공기처럼 가볍기도 하지만 돌처럼 무겁다는 말도 생겼을 것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고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동서고금에 이런 사례들은 수두룩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내가 하고 싶은 백 마디 말보다 상대의 마음속에 절대 지워지지 않는 말 한마디를 남겨라.”고 했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말은 가슴에 깊게 각인되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학교에 근무하던 삼십 대 초반에 있었던 일이다. 아직은 팔팔한 삼십 대라 인생을 좀 굵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는 소위 화끈한 선생으로 남고 싶어 글자 그대로 선이 굵게 말하고 행동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턱도 없는 모습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선생의 바른 모습이라고 굳게 믿었던 터였다. 그러니 애송이의 그런 행동이 연세가 있는 분들이 보기에 좀 한심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옛날에 훈장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가?” 아이들이 훈장님 속을 얼마나 썩이겠는가. 휴지도 막 버리지. 천자문 가르쳐 놓으면 다 잊어버리지.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서 하지. 툭 하면 옆에 있는 학동들과 싸우지. 아이들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려니 훈장 똥줄이 타네. 어떤 개가 새까맣게 탄 똥을 먹겠는가. 똥만 타겠는가, 훈장님 가슴도 같이 타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자고로 선생은 화끈하고 통 크면 안 되네. 작고 사소한 것을 섬세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하네.” 정말이지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와서 교실 이곳저곳을 보니 교실에는 아이들이 버린 휴지들이 바닥에 나뒹굴어 있고 여학생들의 머리카락이 뭉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제야 검은 비닐봉지를 책상 옆에 매달았다. 그러고 나서 교실에는 휴지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때로부터 삼십 년이 더 흘렀으나 아직도 그 말씀 한마디는 귀에 쟁쟁하다. 화끈하고 통 크게 살지 않고 작고 사소한 것을 중요시하면서 살려고 애를 쓴다. 남들이 보기에는 좀스러울 수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속이 타면서 애가 타고 절실하게 섬세했을 때와 통 크게 대충대충 넘어갔을 때를 생각하면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 한마디 말씀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조각상이 살아나 인간이 되었다. 이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를 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심리가 작용해서 실제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을 만지면서 사랑을 하듯이 우리가 평생을 품고 있었던 말 한마디는 살아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든다.

누구든지 소중한 말 한마디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운이다. 소중한 말 한마디는 반드시 사람에게서 들은 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다가 잊지 못할 한마디를 들은 사람도 있다. 아니면 성경이나 불교 경전, 또는 사서삼경을 읽다가 금언(金言)을 만나서 삶의 방향을 정반대로 바꾼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살다가 말 한마디를 만나서 평생을 붙들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말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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