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45] 브라보, 꿈의 오케스트라-영주 <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김신중 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45] 브라보, 꿈의 오케스트라-영주

2024. 12. 20 by 영주시민신문

지난 토요일 ‘꿈의 오케스트라-영주’의 10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50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이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을 시작으로 <위풍당당 행진곡>까지 멋지게 연주해서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오케스트라는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영주와 같은 중소도시에서 10년째 단원을 이끌어오면서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원 모집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 고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꿈의 오케스트라-영주’는 여느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게 현악기로는 바이올린 19명, 비올라 7명, 첼로 5명, 콘트라베이스 4명, 목관악기로는 플롯 6명, 클라리넷 3명, 금관악기 4명, 타악기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50명이 내는 악기 소리를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처음 악기를 접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교육이라기보다는 기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린 학생들 마음에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는 익숙하고 선호도가 높아 단원을 모집할 때 그렇게 어렵지 않으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악기는 단원을 모집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다. 고음으로 쭉쭉 뻗어가는 바이올린 저 밑에서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음이 하모니를 이루는 데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몇 타악기도 오케스트라의 맨 뒤에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리임을 알 때까지의 기다림도 마찬가지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 교육철학을 모태로 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이다.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층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다루고 합주를 하면서 아동을 보호하고 꿈을 심어주어, 오케스트라를 아동교육과 사회변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고의 지휘자로 지목하여 화제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과 17세 때 역대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에딕슨 루이즈 등 유럽에서 촉망받는 음악가를 배출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엘 시스테마’ 모형을 받아들인 것이다.

‘꿈의 오케스트라-영주’도 한국형 ‘엘 시스테마’ 교육을 통해서 미래 세대가 꿈을 꾸고 바른 인성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이라는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학생들의 정서를 함양할 수 있다. 개개인이 함께 하지 않으면 하모니를 이루어낼 수 없기에 더불어 음악을 만들어가는 협동심을 키울 수 있다. 연습 과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데서 성취감을 느낀다.

악기 연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악기라도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악기 연주를 할 수가 없다. 많은 어린이가 악기를 배우다가 그만둔 경우가 우리 주위에도 한두 명이 아니다. 크게 마음을 먹어도 재능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또 악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악기를 배우고 곡을 연습하여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연주에 참여해야 하니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번 연주회에서도 지휘자의 손끝과 얼굴빛을 잊을 수가 없다. 손끝으로 소리를 모으기도 하고 흩어서 퍼지게도 하면서 장엄한 곡을 이끌어갔다. 단원들의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손 끝에 모아 터뜨리면서 벨라 보카 폴카(Bella bocca polka)를 연주할 때는 톡톡 튀는 손끝이 인상적이었다. 단원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청중들이 보기에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시하면서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은근함이 있었다.

참고 기다리면서 아름다운 선율을 우리에게 선사한 ‘꿈의 오케스트라-영주’ 모든 단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어린 학생들을 달래기도 하고 용기를 주면서 꿈을 잃지 않도록 단원들을 가르친 선생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연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한 분들께도 박수를 보낸다.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러고 보면 오케스트라는 협업의 빛나는 결정체인 것만은 분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