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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36] 부용대에서 영주의 역사를 만나다

2024. 10. 11 by 영주시민신문

영주에 오면 가장 먼저 부용대(芙蓉臺)를 찾아가야 한다. 큰 기대로 영주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대뜸 처음으로 부용대를 보여주면 실망하는 눈치가 있다. 소수서원, 부석사와 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뒤로 한 채 별로 볼 것도 없는 부용대에 올랐으니 왜 이런 곳을 처음 관광지로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것도 잠시뿐, 부용대에서 영주를 둘러보면서 영주의 과거, 현재와 함께 문화와 역사를 얘기하면 갑자기 관광객의 눈빛이 달라진다.

부용대는 관사골로 들어가서 고청산에 조성된 부용공원 남쪽 절벽을 말한다. 옛날에 서천이 부용대를 휘감고 돌았으니 풍기군수로 있던 퇴계 선생이 주변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부용대라고 이름하였다. 부용은 무궁화를 닮기도 하고 연꽃도 닮아서 옛글에 연꽃을 부용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연화부수 즉 연꽃이 물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명당을 바라보는 곳을 부용대라고 하니 어디 가나 부용대는 풍광이 아름답다. 부용공원의 정자에도 부용대와 붕래정(朋來亭) 현판이 앞뒤로 붙어 있어 그 모양새를 짐작하겠다.

부용대에 오르면 가장 먼저 영주의 원도심, 구도심, 신도심을 봐야 한다. 영주라는 도시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형성돼 나갔는지를 설명할 때부터 관광객들은 흥미 있게 영주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1941년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생긴 영주역과 함께 철도 교통 중심지로 발돋움하면서 영주는 화려한 과거를 지니게 되었다. 영주역을 중심으로 원도심에는 전국적인 고추시장, 포목전과 옹기전, 나무전, 싸전 등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1961년 영주 대홍수로 인한 영주의 변화도 부용대에서 보면 흥미롭다. 부용대에서 보면 제일 왼쪽에 있는 산이 구성공원 즉 구산(龜山)이고, 구성공원 오른쪽에 삼판서고택이 있는 산이 구학공원, 구학공원 맞은편 문화예술회관이 있는 산이 구수공원이다. 원래는 구수산이었다가 영주 대홍수로 인해서 구수산을 잘라서 서천이 흐르게 하면서 둘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영주 시가지로 흐르던 서천이 옮겨지면서 영주의 원도심이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면 남쪽 저 멀리 영주 역사가 희미하게 보인다. 대대적인 수해복구 공사로 서천의 물길을 돌리면서 철로도 이설됐다. 1973년 영주 역사가 현 영주역으로 옮겨가고 뒤이어 시청까지 옮겨 가면서 도시의 경제 중심이 원도심에서 구도심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영주는 자연스럽게 영주의 역사를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는 경관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쯤 되면 관광객들은 영주를 꽤 깊이 알아 가게 된다.

이제 가흥동 택지로 불리는 신도심으로 눈을 돌린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신도심은 얼핏 보기에도 도시의 새로움을 보여준다. 이쯤 되어 우리의 시야는 원경에서 근경으로 넘어와서 부용대 아래를 본다. 관사골을 보면서 관사골의 유래와 함께 철도 관사를 소개한다. 철도 관사 5호와 7호도 지근거리로 보인다. 곧이어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도 눈 아래 바로 보이니 부용대는 영주를 이해하는 데 더더욱 좋은 장소다.

영주의 역사를 안내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영주에서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영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부용대다. 그렇다면 부용대 전망 좋은 곳에 영주의 역사나 문화재를 한눈에 보면서 영주 전체를 내려다보며 알 수 있는 안내 지도 현판을 설치하면 어떨까. 조망도를 그림으로 그려 놓으면 아무래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보다는 영주 한눈에 읽기가 흥미로울 것이다.

영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부용대는 시작에 불과하다. 부용대는 소설로 치면 발단이며, 에세이라면 프롤로그쯤이 된다. 어쨌거나 영주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영주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면 부용대는 그냥 전망 좋은 곳이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전망으로 치면 부용대보다 나은 곳이 많으나 부용대만큼 역사를 지닌 전망대는 그리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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