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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32] 영주를 상징하는 색깔

2024. 09. 05 by 영주시민신문

우리는 색깔을 무척 가치 있게 여기는 때를 살아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장 자주 보고 만나는 것이 색깔이어서 그렇기도 하겠다. 아기는 태어나서 금방은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몇 달이 지나면 조금씩 색깔을 구분한다고 한다. 그러니 태어나서 가장 먼저 색깔을 보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색깔만큼 묘한 게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색깔을 정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근처에도 못 갔지만 말이다.

색깔을 알아가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먼저 보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색이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훈련해야 한다. 그냥 ‘좋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색깔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화가 나름대로 색깔을 낼 때 그 속에는 화가의 삶이 투영돼 있다. 피카소가 청색을 즐겨 쓰던 때가 있었다. 피카소의 청색시대라고 명명하는데 삶의 우울함이 묻어나는 시기였다. 그 시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우울함에 젖는다.

도시도 색깔이 있어야 한다. 인도의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라고 한다. 자이푸르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마메르 요새, 하와마할 등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고 한다. 물론 현대에 들어와서 핑크빛으로 칠한 것이 아니라 1876년 영국 왕실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분홍색으로 칠했단다. 자이푸르를 찾는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분홍색에 취해서 삶의 신비스러움을 느끼면서 핑크빛 꿈에 젖어 든다.

이제 영주에도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정말 어지러울 정도로 징글징글했던 여름이 이제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영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색깔을 선물해야 할지를 일찌감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영주의 색깔을 마케팅해야 한다. 어차피 이야기나 브랜드는 만드는 것이다. 자이푸르처럼 전통 있는 색깔을 가진 도시는 행운일 수도 있지만 가지지 못했다면 도시의 상징 색깔을 스토리텔링 해야 한다.

영주의 가을 색깔은 빨간색과 노란색이다. 짐작하다시피 빨간색은 영주 사과의 색깔이며 노란색은 은행잎의 색깔이다. 영주 사과는 소백산 남쪽에 있는 산지 과수원에서 생산된다.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의 영향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요즘같이 밤낮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성숙기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다. 전국에서 사과 생산량이 영주가 가장 많다. 사과의 빨간색이 영주의 상징색으로 부족함이 없다.

은행나무는 영주의 시목이다. 영주의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많다. 가을이 깊어지면 영주 전체가 노란 은행잎으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부석사 은행나무 길은 전국에서 유명하다. 풍기에서 부석으로 가는 가로수를 따라 노란 은행잎을 감상하면서 부석사 은행나무 터널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극락정토의 노란 나라에 온 듯하다. 은행잎은 금방 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히려 아쉬워서 미련이 남는 색깔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노란 은행잎과 빨간 사과가 어우러진 풍경을 볼 때도 있다. 빨강, 노랑, 파랑은 3원색으로 소백산을 파랑으로 친다면 영주는 3원색을 모두 가지고 있다. 원색만큼 강렬한 것은 없다. 원색은 모든 색을 포함한다. 카키색이나 파스텔 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색은 모든 색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푸른 소백산 아래 새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 옆으로 노란 은행나무가 도열해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정경은 없을 것이다.

색깔이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도시에 색을 칠하려고 해도 요즘과 같은 세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영주에는 이미 노란 은행나무가 도시 전역을 덮고 있고, 소백산 아래쪽으로 가면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거기에다가 부석사 은행나무 길처럼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노랑색도 있다. 여기에다가 조금만 더 이야기를 만들고 영주의 색깔을 상징하는 기상천외한 조형물이나 영상을 덧붙인다면 누가 봐도 명실공히 영주를 상징하는 색깔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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