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그런대로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보니 뭐가 삶을 풍성하게 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네. 물론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삶이 풍성해질 수 있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봐도 돈은 우리를 만족스럽게 해 주지는 못했네.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는 게 돈이 아닌가. 권력도 그렇다네. 권력이 있으면 힘이 있고 편리하기도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옛말이 있는 걸 보면 곧 빈 주먹으로 변할 수 있는 거거든.
얼마 전에 영주문화연구회에서 중국 성도 쪽으로 중국 문화 탐방을 했네. 성도의 인문학과 여강의 자연을 보는 여행이었네. 탐방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길에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었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 독서, 기도로 마지막 결론을 내렸네. 이 세 가지는 모두 미지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아가면 우리 삶의 폭도 점점 넓어지고 높아지는 거겠지.
기도 그러니까 젊은이는 거부 반응이 일어나겠지. 그렇다면 명상이라고 해도 좋겠네. 기도는 이 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라네. 기도를 꼭 구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네. 우리의 상상력으로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을 꿈꾸는 것이기도 하겠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을 보면 무서운 사람이 많네. 하늘을 바라보면 이 땅의 것들이 하찮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 물론 땅을 무시하지는 않네.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니 교목(喬木) 같지 않은가.
젊은이도 독서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을 걸세. 누구나 책의 중요성을 알고 자녀에게 책을 읽히려고 노력하지. 책은 한 사람이 살아온 평생이 그 안에 들어 있다네. 책 천 권을 읽으면 천 사람의 깊은 생각을 훔친 거나 마찬가지라네. 어떤 시인이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에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는데 천 사람, 만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니 책을 읽는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여행도 그렇다네. 여행은 한 사람의 일생을 넘어서서 몇천 년 축적된 그들의 문화를 만나는 것이네. 여행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를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네. 영주만 해도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 정도전 안에 신라, 고려, 조선, 근현대사의 정신과 문화가 들어 있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네. 중국 성도에서 두보와 이백을 만나고 유비와 제갈량을 만날 수 있으니 그 축적된 문화가 얼마나 대단한가. 거기에 덤으로 가는 곳마다 자연의 위대함까지 갖추고 있다네. 이렇게 보면 여행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나지 않는가.
왜 건강을 빼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네. 건강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가장 밑바탕이니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것이지. 몸이 아픈데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젊은 나이라 해도 건강만은 반드시 챙겨가면서 삶의 탑을 쌓아가야 한다네. 젊음은 늘 그렇게 항상 내 몸에 있는 것은 아니네. 어느 날 눈을 뜨면 훅 가버리고 없는 게 시간이 아닌가. 건강은 가치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초석과 같은 거라네.
물론 이외에도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많겠지. 나머지는 각자의 몫으로 돌리겠네. 이 세 가지에 하나하나씩을 더하면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네. 자신의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삶이 복잡해져서 이것도 저것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네. 주먹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잡으려다가 다 놓쳐버리고 빈 주먹이 되는 경우도 많다네. 그러니 삶은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네.
젊은이, ‘일가(一家)를 이루다’란 말이 있네. 원래는 한 가족을 이룬다는 의미인데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독자적인 경지에 이른 것을 뜻하는 말이네. 우물도 한 우물만을 파면 누구든지 일가는 이룰 수가 있다고 생각하네. 더 욕심을 낸다면 일가를 이룬 위에서 삶의 풍성함을 맛본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보면서 묵상하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면서 자네 삶을 풍성하게 가꾸어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