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가지 서쪽을 흐르는 하천을 우리는 편의상 서천(西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학자들은 동·서·남·북 등으로 붙여진 이름은 고유명사로 보기 힘들다는 중론이다. 전국적으로 동천·서천·남천·북천 등으로 붙여진 하천이 많기 때문이다. 영덕, 울산, 산청, 칠원, 구례, 낙안, 평양 등지에서 그들의 서쪽 하천을 ‘서천’으로 부르고 있다. 본래 이름이 없어서가 아니다.
영덕 서천은 옥계, 울산 서천은 척과천, 산청 서천은 경호강, 구례 서천은 간문천, 낙안 서천은 낙안천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각각 가지고 있다. 경주의 경우는 특이하게 옛 중심부를 기준으로 동천(동천동 구간), 서천(형산강), 남천(월정교 일대), 북천(알천) 모두가 불려지고 있다.
영주 서천은 아주 오랜 옛날 구성산 불바우 동편(옛 영주역, 현 중앙시장)으로 흘렀던 모양이다. 불바우에 거센 물머리가 몰아치면서 우뚝한 바위만 남게 되었고, 구성산을 바싹 기대어 흐르던 하천이 흙을 파내면서 동쪽 사면이 급경사가 되었다. 그리고 또 얼마의 유구한 세월 뒤, 연결되어 있던 구학공원 산허리를 잘라내어 물줄기를 서쪽으로 돌리면서 구성산 서쪽이 아주 가파르게 다듬어졌다. 특히나 동구대·서구대라는 뼈대 앙상한 랜드마크가 생겨났다.
이때의 이야기는 <청룡이 끊어 놓은 동구대(東龜臺)와 서구대(西龜臺)> 전설에 잘 남아 있다. 그때도 서천은 자주 범람하여 민가를 괴롭혔던 모양이다. 이에 인근에서 참외밭을 가꾸던 노인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승천하게 된 청룡이 그 보은의 선물을 보냈다. 어느 해 장마철에 벼락과 함께 폭풍우를 동원하여 동구대와 서구대 사이의 산허리를 끊어 다시는 서천의 물이 시가지로 범람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또다시 오랜 세월을 밟으면서 서천은 ‘노인의 참외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저버리고 1961년 다시 제방을 넘어버렸다. 이른바 「신축년 영주수해」이다. 이에 정부는 서천을 괘씸죄로 다스려, 그보다 더 서쪽인 한절마 뒤 구수산 허리를 절단하여 그리로 유로를 바꾸었다. 이리하여 영주 서천은 수차례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더욱 확실한 서천으로 고착되었다.
아무튼, 서천은 영주시가지 서편으로 흐른다는 이유로 별 저항 없이 ‘서천’으로 불려졌다. 근간에 출간된 「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서천은 죽계천과 남원천이 만나는 창부들 합수 지점부터가 서천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속칭 ‘노들강변’부터가 서천의 시작이라는 이야기이다. [네이버 지식백과]도 “영천 읍치 서쪽을 흘렀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보인다”고 적고 있다.
서천이 있으면, 동천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옛 서적에는 “영주의 동쪽으로 강이 있어 동천(東川)이라 하였고, 서쪽으로 또 강이 있어 서천이라 하였다. 그 동천이 내성천(乃城川)이다.” 또, “내성천을 영천(榮川)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천(東川)이라 하였고, 서천은 영주 시내를 관류하여 구성산 앞을 흐른다고 구천(龜川)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향산집(響山集)』에는 “동천은 이산면 석포리 안마 마을에 있는 시내인 내성천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동국여지승람』 풍기편에는 “풍기의 남천(南川, 남원천) : 군 남쪽 1리에 있다. 북천(北川, 금계천) : 군 북쪽 3리에 있다. 이상 두 물(남천, 북천)은 군 동쪽 3리에 이르러 합류되어 영천군의 임천(臨川)에 들어간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때는 서천을 임천으로 불렀던 듯싶다.
「영주시 지명유래」는 “조선 시대에는 지금의 서천교 주변의 개천을 ‘임천(臨川)’이라 하였으며, 구성산성 앞 동구대·서구대 쪽으로 흐르던 개천을 ‘구천(龜川)’이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즉, 영주의 동쪽 ‘내성천’을 동천이라 하고, 영주시가지 서편의 ‘임천’, 혹은 ‘구천’을 서천으로 불렀다는 뜻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예들로 미루어 원래 하천의 이름이 없어서 동·서·남·북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본래 이름보다는 그냥 편하게 동·서·남·북을 붙여 부르다 보니 흐르는 세월 따라 많은 사람에게 고착화 된 모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다른 지역과 구별하기 위해서는 영주서천, 광양서천, 칠원서천과 같이 지역명을 붙여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영주의 경우처럼 신시가지가 새로 확장된 경우 구시가지에서야 서천이라는 명칭이 별 이상하지가 않지만, 신시가지인 소위 택지 쪽에서 보면 시가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되어 있기에 혼돈이 될 소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