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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22] 독서는 패션이다

2024. 06. 21 by 영주시민신문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면 왠지 좀 있어 보인다. 아는 것이 많을 것 같아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책 읽는 사람 앞에 서면 은근히 부러움도 있다. 한술 더 떠서 글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보다 더더욱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도 남다를 것 같고 심지어 행동거지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만 같다. 그렇다고 책 읽기와 글쓰기가 사람됨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예삿일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여가 시간의 80% 정도를 독서에 쏟으면서 ‘인생을 바꿀 가장 위대한 비책은 독서’라고 했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꽤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는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

문제는 우리 시대의 책 읽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SNS나 유튜브에 몰입되어 있다. 특히 유튜브는 책을 읽는 시간을 뺏는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없는 정보가 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상당수는 유튜브 안에 들어 있다. 굳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정보를 알 수 있고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국민 92%가 정보와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메타인지라는 말이 있다. 메타인지란 ‘자기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EBS에 방영된 ‘0.1%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전국 모의고사 상위 0.1% 학생과 평균의 성적을 가진 학생을 비교했다. 우수한 학생은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했고 평범한 집단의 학생은 메타인지가 비교적 낮아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는 지식을 제공할 수는 있어도 메타인지를 습득할 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콘텐츠를 시청하는 동안 메타인지가 정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동영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대안으로는 책을 읽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사실적인 판단뿐만이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인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기가 말보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책 읽기는 습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책 읽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독서가 유용하고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책 읽기는 훈련이기 때문에 훈련이 부족한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서 책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이 되어 책을 읽을 수가 없다. 그러니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의 신』을 쓴 마쓰오카 세이고는 ‘독서는 패션’이라고 했다. 독서는 특별나거나 대단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옷을 입고 벗는 것처럼 그냥 편하게 책을 읽으면 된다고 한다. 어려운 책을 들고 낑낑거리며 읽는 것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면 된다. 매일 아침 옷을 입을 때 우리는 그렇게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날 날씨나 만나는 상황에 따라 입을 옷을 정하고 부담 없이 외출한다. 책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패션은 아무렇게나 입으라는 것은 아니다. 패션은 주로 의복 등에서 예술적 감각이 있는 일정한 양식이나 스타일을 말한다. 패션이라고 해서 화려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은 처음부터 예술적 감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미지나 패션이 구축되는 것이다. 책도 그렇다. 쉬운 책을 부담스럽지 않게 쉬엄쉬엄 읽다 보면 자기만의 습관이 만들어진다. 결국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나타나서 아름다운 독서의 패션이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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