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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16] 뮤지컬 정도전,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하다

2024. 05. 09 by 영주시민신문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공연되고 중단됐던 『뮤지컬 정도전』이 성황리에 다시 공연되었다. 저녁 공연에는 까치홀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만석에 가까운 관객들이 찾아왔다. 6년 만에 뮤지컬 정도전을 본 시민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올린 뮤지컬을 즐기면서 무대와 관객 사이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뮤지컬 정도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홍보를 뛰어넘어 삼봉 정도전에 대한 영주시민의 자랑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봉 정도전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을 설계했다. 조선이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했으며, 한양의 궁궐과 육조거리, 시장거리를 디자인했다. 한양 도성을 손수 설계했으며, 4대문과 4소문의 위치와 이름을 정했다. 한양을 52방으로 구획을 정하고 붙인 이름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파란만장한 생애와 삼봉 선생에 대한 왜곡된 평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도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단면이나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봉 선생은 백성은 약하지만 힘으로 다스려서는 안 되고 백성은 어리석으나 책략으로 다스릴 수가 없다고 했다. 임금이 백성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복종하게 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여 나라의 근본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는 민본사상을 조선의 첫 번째 기본 강령으로 채택했다. 삼봉 이전에는 임금이 하늘이었는데 이후에는 백성이 임금의 하늘이 되었다.

뮤지컬 정도전은 무너져 가는 고려에서 백성을 수탈하는 고려 권문세족에서부터 시작하여 삼봉이 벼슬길에 올라 입조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대쪽같은 성격 때문에 권문세족의 눈을 벗어나 결국은 나주로 유배를 가고 방랑의 세월을 보내게 되고, 이성계를 만나면서 새로운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든다. 탄핵과 실각, 정몽주와의 결별, 조선의 개국으로 민본 세상을 열었으나 이방원과의 갈등으로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에필로그로 정도전의 꿈은 그대로 우리 모두의 꿈이라는 합창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뮤지컬 정도전이 공연되는 구십 분 동안 관객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영주에서의 3년 동안의 시묘살이와 나주 유배 중에 등장하는 일반 백성들의 웃음 서린 행동이 있을 때 몇 번 정신을 차렸을 뿐 숨 가쁘게 진행되는 탄탄한 구성으로 손에 땀을 쥐면서 뮤지컬을 감상했다. 홍건적들이 날뛰던 모습과 이성계 휘하 군사들의 진법, 칼군무에서 느꼈던 함성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서 가슴을 때리는 것 같다.

무대와 음악과 영상의 어울림은 그 무엇보다도 뮤지컬의 깊이를 더하였다. 박진감 넘치는 영상은 한 무대만을 쓸 수밖에 없는 까치홀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으며 영상과 어울려서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웠던 음향 또한 관객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텝진과 캐스팅된 배우들의 조합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뮤지컬의 가사도 시대적 배경이나 정도전의 생애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아름다운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 매끄러웠다.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했으며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행동과 대화를 엿볼 수 있었다. 행동과 춤과 노래가 잘 어울리면서 인물을 무대 위에 살려내려는 열정이 보였다. 특히 출연진 중에 홍건적이나 병사들을 제외하고 상당히 많은 영주 사람을 캐스팅하여 영주지역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뮤지컬 정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영주의 자랑스러운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실경 뮤지컬로 공연됐던 것이 예산 관계로 실내 뮤지컬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상상하건대 삼판서 고택을 실경으로 하여 대규모의 합창과 군무가 뮤지컬에서 공연된다면 더 많은 관객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를 거듭하여 뮤지컬의 규모나 등장인물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해야 한다.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 적은 예산으로는 고물가 시대에 중량급 배우를 발탁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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