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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07] 선비촌 영주 선비상(像)을 다시 생각하다

2024. 03. 07 by 영주시민신문

순흥 선비촌 광장에 ‘영주 선비상’이 서 있다. 왼손에 서책을 끼고 오른손은 정면을 향하여 뭔가를 가리키며 서 있는 품이 당당한 선비의 위용이 있어 보인다. 소백산을 뒤로 하여 옆에는 소수서원이 있고 앞에는 선비촌이 조성되어 아주 적절한 장소에 안성맞춤으로 서 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를 대변한다는 뜻에서 세워진 선비촌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선비상의 얼굴을 자세하게 뜯어보면 영주의 특수성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잘생긴,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얼굴이라는 것이다. 어디에도 영주의 선비를 대변할 수 있는 얼굴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냥 늠름하게 양반의 의관을 갖추고 서책을 들고 있는 그런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선비의, 아니 양반의 보편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을 뿐 영주의 선비와는 아무리 연결해도 특별한 관련을 지을 수가 없다.

선비촌을 설명하고 있는 글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禮)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이며, 선비촌이 조성되어 있는 순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영주는 선비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선비촌을 건립할 필요성이 있으며, 영주 여러 지역 중에서도 선비촌을 순흥에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순흥이 회헌 선생의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주의 선비상을 세우고 측면에 새긴 설명문에서도 안향 선생을 언급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이 상실되어 가는 이 시대에 회헌 안향 선생이 도입한 주자학을 거울삼아 해동추로지향(海東鄒魯之鄕·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을 이르는 말)이라는 명성에 맞게 선비사상을 진작시키고자 이곳에 선비촌을 재현하면서 선비상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선비촌과 선비상에 회헌 선생을 내세우면서 실제 영정이 존재하는 선생을 선비상으로 상징화하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어학사전에서도 안향 영정에 대해서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에 보존되어 있는, 고려 시대의 학자 안향의 초상화. 고려 충숙왕 5년(1318)에 왕명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 영정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1962년 국보 제111호로 지정되었다.’라고 돼 있다.

회헌 선생 영정 윗부분에 선생의 아들 안우기(安于器)가 찬문을 썼다. “충숙왕이 명령을 내렸는데 그 조목은 다음과 같다. ‘안향은 학교를 크게 일으킨 공이 있다. 그러니 공자를 모시는 사당에 안향의 초상화를 그려 모시고 고향에서는 제사를 지내도록 하라.’고 하였다. (…) 최림이 초상화를 나에게 보내주니 향을 사르고 절을 하며 찬양하는 글을 짓는다. 선군께서는 당시에 유생들이 공부하는 기풍을 크게 일으키어 임금께서 문묘(文廟)에 초상화를 그려 모시게 하였다.“

정부표준영정은 한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민족적으로 추앙받고 있는 선현들의 영정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말한다. 정부표준영정 중에서 실제 인물의 모습을 그린 영정은 그렇게 많지 않다. 회헌 선생의 영정은 실제 모습을 그린 초상화이니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성리학을 도입하여 선비 정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선생의 학문으로 보나 영정으로 보나 선생을 영주의 선비상으로 내세워서 누구도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도 많을 것이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주에도 영주의 선비상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 수두룩한데 굳이 영주 선비의 특수성을 찾을 수 없는 선비상을 그대로 세워 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주의 선비상이 세워진 지가 20년이 지났으니 한 번쯤은 공론의 장으로 이 문제를 가지고 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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