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날 밤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나뭇더미 달집에 불을 붙여 액운을 불사르며 복을 기원하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의 세시풍속이다. 망월(望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대보름 달맞이 행사이다. 달집사르기·달불놀이·달끄슬리기라고도 부른다. 당산제, 지신밟기, 강강술래, 쥐불놀이, 횃불싸움, 연날리기 등과 연관성이 있으며, 또한 줄다리기, 고싸움놀이, 석전과 같은 다양한 놀이를 하기도 한다. 모두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들이다.
예전에는 전국의 마을 단위로 행해졌으나 지금은 마을 단위보다는 면 단위 또는 군 단위 행사로 승격되어 있다. 우리 지역 순흥 선비촌, 풍기 남원천, 무섬 모래사장 등에서도 「달집태우기」 행사가 개최되어 박수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원소절’ 또는 ‘상원(上元)’이라고 해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로 믿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한때 공휴일로 정했을 정도로 큰 명절이었었다고 한다. 이같이 동아시아 전역에 분포하는 세시풍속이라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 역사는 매우 오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태양 관련 행사가 있지만, 동양에서는 음력 책력의 기준이 되는 달 관련 행사가 중심이 되었다.
불꽃의 마력일까? 정월대보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달집태우기」가 될 성싶다. 짚이나 생솔가지를 모아 다락 같은 달집을 만들어 행사를 준비한다. 풍물패는 각 가정의 지신밟기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이곳에 합류한다. 달집이 점화되기 전 풍년기원제를 올리고, 소망지에 소망을 써서 새끼줄에 끼운 다음 보름달이 뜨기 직전에 달집에 불을 지핀다. 하늘 높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액운이 훨훨 날아가기를 기원하면서 행운과 복을 불러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을 보고 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빌며, 가족에 대한 건강과 행운을 빌기도 한다. 신나게 농악을 치면서 불이 다 꺼질 때까지 춤을 추며 달불 주위를 돌고 환성을 지른다. 또, 그때까지 날리던 연을 비롯한 여러 가지 태울 것들을 달집 위에 얹어 다 같이 태운다. 잡념을 다 불사르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 농사에 집중한다는 각오가 포함되어 있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넉넉한 새해, 질병도 근심도 없는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달집태우기」이다. 달집이 탈 때 골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 달집이 다 타서 넘어질 때 그 방향과 모습으로 그해 풍흉을 점치는 수도 있다. 어촌에서도 이날 곳곳에서 풍어제를 올리며 용왕에게 풍어와 어부들의 무사안전을 빈다.
「달집태우기」 등의 정월대보름 행사는 액운 퇴치, 풍년 기원 외에도 공동체의식 강화라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하는 큰 행사이다. 액운 퇴치, 풍년 기원은 각자의 마음속을 지키는 것이지만, 공동체의식 강화를 위해서는 행사 주관 측에서 눈길을 주어야 할 부분이다. 점화를 기다리는 동안 관광객 제기차기, 마을 대항 윷놀이 대회, 투호 등 전통놀이도 가능하다.
우리 민속의 「다리밟기」 민속놀이는 ‘다리(橋)를 밟으면 다리(脚)가 튼실해지고, 다릿병이 낫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순흥의 경우 풍물패를 앞세운 「청다리밟기」 등의 이벤트가 가능하고, 무섬 마을에서도 외나무다리-환학암-무섬교를 돌아오는 한 바퀴 코스가 괜찮을 것이다.
민속 「달집태우기」 본 행사에는 탑돌이 형태의 ‘달불돌이’도 원래부터 있었다. 달집이 타는 동안 관광객 ‘달불돌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풍물패가 유도하면 훨씬 생동감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또한, 달집이 다 타고 난 뒤에 ‘밑불을 다리미에 넣어서 콩을 볶아 먹으면 이가 튼튼해지고 부스럼과 종기가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기왕의 「고구마구이」가 산발적인 모닥불에서가 아니라 「달집태우기」의 밑불에서 이루어지면 의미가 더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