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한 사회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면서도 독특한 생활 양식을 지칭하는 말로서 그 범위가 무한정으로 넓다. 문화(culture)는 ‘경작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cultura’에서 파생된 말이다. 경작이 도구를 가지고 자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는 것이라면 문화의 상대어는 자연(nature)이 된다. 쉽게 생각하면 자연이 아닌 모든 인간 삶의 양식은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문화는 범위가 무한정 넓어서 몇 가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문화는 무엇보다 문화 콘텐츠가 중요하다. 콘텐츠로 만들어진 문화가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무형의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 있는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로 변환시켜 대중이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다양성만큼 문화 콘텐츠 또한 다양하다. 방송 콘텐츠, 요즘 젊은이들이 50% 정도가 즐기고 있다는 웹툰, 만화나 애니메이션, 공연이나 게임 콘텐츠도 있으며, 전시, 테마파크, 축제 등 공간 콘텐츠도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들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그래서 문화소비나 가치소비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문화를 고상한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기성세대에 비해서 요즘 젊은이들은 가치소비를 즐긴다.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돈을 떠나 과감하게 소비하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인 문화소비를 한다. 따라서 문화소비를 위한 콘텐츠의 생산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2024 문화소비 트렌드』에서는 문화소비 트렌드를 14가지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두 가지 소비 행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코노 럭스(Econo-Lux)와 레이지어터다. 이코노 럭스는 경제적인 뜻을 가진 Economical과 사치와 고급품 뜻을 가진 Luxury의 줄임말로서,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이면서도 럭셔리한 소비를 의미한다. 돈을 아끼면서도 럭셔리하게 문화를 즐기는 문화소비를 말한다.
레이지어터는 게으른 다이어터(Lazy Dieter)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누워 있지만 날씬하고 싶고, 치킨은 먹고 있지만 건강하고 싶으며, 오늘도 헬스장은 건너 뛰었지만 멋진 몸매를 가지고 싶고, 퇴근하고 맥주 한잔하고 있지만 내일은 가볍게 일어나고 싶다.”라고 레이지어터의 특징을 책에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욕망에서 제로 콜라가 유행한다든지 노칼로리 식품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 두 가지 트렌드의 공통점은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돈을 아끼면서 럭셔리하게 소비하는 역설은 젊은 세대가 아니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휴대전화를 보며 누워 있으면서 날씬하고 싶은 게으른 다이어터도 말 자체가 역설적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문화소비가 2024년을 강타할 것이라고 『2024 문화소비 트렌드』에서는 예고하고 있다. 보편적인 생각이나 소비에 익숙한 윗세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케케묵은 문화 현상이라고 해서 외면할 필요가 없다. 쓰러져 가는 창고에서 카페가 태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늘 신선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신선함을 잃게 된다. 이래저래 판단이 어려운 시대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가치의 문제로 직결된다. 오래 묵은 것도 가치 있게 느껴지면 소비의 첨단에 오를 수도 있고 새로운 것도 새로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요즘은 가치를 집단이 만들어 가지 않고 개인이 만들어 간다. 개인이 주인공인 시대여서 개인이 가치를 판단하고, 인플루엔서나 유튜버의 눈에 띄게 되면 그 가치는 어느덧 대세로 자리를 잡는다. 그러니 문화소비에 있어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하나 소개하고 있다. 해병대에서 구호로 쓰는 ‘안 되면 되게 하라.’에서 ‘안 되면 되는 거 하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도 콘텐츠를 생산할 때 이런 문화소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