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도시다. 치앙마이주의 인구는 120만 명 정도지만 정작 치앙마이의 인구는 16만 명 정도라고 백과사전에 나온다. 인구로 보면 영주의 두 배도 채 되지 못한다. 이런 도시에 저녁이 되면 외국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야시장 선데이마켓에는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길을 걸을 수가 없다. 놀라운 것은 현지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치앙마이 시내를 둘러보았다. 영주와 별반 다른 것도 없었다. 번화가에 가봐도 서울이나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원이 있기는 하지만 도이수텝 사원에만 가도 그런대로 사원도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이 치앙마이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많이 있지만 캐나다의 로키산맥이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같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낮에는 시내 차량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가 밤만 되면 시내에 차가 막힌다. 특히 야시장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디서 그렇게 외국인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거리에 가득했다. 저녁 8시에 영주의 여기저기를 걸어본 필자로서는 부럽기가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치앙마이와 영주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뭔가 한 가지 이유는 찾고 싶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먹거리와 서비스였다. 태국의 먹거리는 이상하게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다. 음식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세계인의 보편적인 입맛에 맞도록 끊임없이 진화해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야시장에서 먹어보는 음식이나 맛집을 찾아서 먹어보는 음식이 다르기는 해도 공통적인 것은 우리 입맛에도 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살기 위해서 끝없이 변화를 추구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치앙마이에 그렇게 사람이 들끓는 이유 중에 또 하나는 서비스였다. 태국은 서비스의 천국이었다. 그렇다고 성(性)을 판다는 얘기가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비스의 순수함이었다. 물론 게 중에는 돈을 밝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손님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고 친절하고 공손했다. 그렇게 몰려드는 외국인들을 그 정도로 많이 만났다면 닳고 닳아서 거북스럽기도 할 것인데 대체로 선을 잘 지켜 가는 친절함이 있었다.
2024년 태국 관광 콘텐츠 전략을 보면 지역 특색을 살린 게 눈에 띈다. 북부 지역에서는 지역 예술과 공예 등의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고, 중부 지역에서는 여행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한다. 동북부 지역에서는 미슐랭 가이드 및 이산 음식 등을 내세운 미식 여행 등을 컨셉으로 설정하고, 동부는 휴양지 특성을, 남부 지역의 경우 지역의 음식, 자연환경 및 지역 토속 신앙 등에 대한 체험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치앙마이를 보는 내내 영주 생각이 났다. 도이수텝 사원이 있다면 부석사가 있고, 특별한 자연이 있다면 소백산이 있다. 전통음식이 있다면 풍기 인삼과 영주 한우가 있다. 치앙마이에 카페 NO39가 있다면 영주에도 그만한 카페는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치앙마이에는 사람이 쏟아져 나오고 영주는 저녁 8시가 되면 시내가 조용하다. 이것은 물론 영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속이 쓰리다.
하지만 우리가 꼭 염두에 둘 것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서비스다. 영주의 음식점이나 시장을 둘러보면 친절한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경상도 북부 지방 특유의 무뚝뚝함도 있지만 그래도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가끔 외지 사람들이 영주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한 다음에 무뚝뚝한 서비스에 마음을 다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영주에서 서비스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치앙마이 정도는 아니라도 다시 찾고 싶은 영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