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68] 교육의 일가를 이룬, 풍기향교(豐基鄕校)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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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 (전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68] 교육의 일가를 이룬, 풍기향교(豐基鄕校)

2023. 10. 12 by 영주시민신문

풍기향교의 창건연대는 대략 1432(세종 14)년경으로 추측하고 있다. 본래는 금계동 임실마을 서편의 구 향교골이라는 곳에 있었다. 1541년 주세붕(周世鵬)이 군수로 부임하여 문묘(文廟)에 참배해보니 그 위치가 읍에서 너무 멀고 식수(食水)가 불편하다는 건의가 있어, 그 이듬해에 풍기읍 교촌리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풍기향교는 이곳에서 약 150년을 지내다가 1692년에 군수 정증(鄭䎖)이 원래 자리(구 향교골)로 복원하였다. 그래서 다시 구 향교골에서 40년 가량을 보내다가 1735년(영조 11) 임집(林 火+集)이 현재의 위치로 재복귀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950년의 한국전쟁으로 인해 양심루(養心樓)라는 아름다운 누각과 유생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동재(東齋)·서재(西齋)는 소실된 후 지금까지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성전(大成殿)과 동무(東廡)·서무(西廡)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1호로 지정돼 있으며, 소장 전적 가운데 『풍기향교향안(豐基鄕校鄕案)』, 『향교액안(鄕校額案)』, 『교안(校案)』, 『강학소계안(講學所契案)』 등은 이 지방의 향토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현재 풍기향교는 경북항공고등학교에 교육공간을 내어주고 자신은 정작 학교 뒷방으로 물러앉아 있는 모양새다. 향교가 당초부터 제향과 교육의 기능을 같이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형편이 그리 억울한 처사는 아니라는 듯 그저 뒤편에서 묵묵히 교육을 위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보통의 향교가 전학후묘(前學後廟) 즉, 교육공간을 앞에 두고 제향 공간은 뒤에 위치하는 구조를 취하지만, 풍기향교는 명륜당과 대성전이 대각선 축을 가지면서 좌우로 배치된 우묘좌학(右廟左學)의 특이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현존 건물로는 5칸의 대성전, 7칸의 명륜당, 그리고 동무와 서무, 헌관실, 내삼문(內三門), 관리사 등이 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 6현(宋朝六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봄·가을에는 석전(釋奠, 음력 2월과 8월에 문묘에서 공자에게 지내는 향사)을 봉행하고 있으며, 초하루·보름마다 삭망분향(朔望焚香)을 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노비 등을 지급받아 1명의 교관이 30명 정도의 교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 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제향 기능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풍기향교가 위치하는 이 일대 마을 이름은 아직도 교촌동(校村洞)이다. 이른바 학교 마을이란 뜻이다. 향교가 이곳에 자리하면서 붙여진 지명임은 물론이다.

풍기향교는 근대학교가 세워지기 전까지 풍기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이었고, 줄 곧 풍기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배후 역할을 다하고 있다.

풍기향교에서 유래한 교촌동에는 유치원을 포함한 풍기북부초등학교가 있으며, 사립 금계중학교를 뒤편에 두고 있다. 앞마당에 품은 경북항공고등학교는 지금 전국 학생모집의 대표적인 사례로까지 언급되고 있으며, 공무원사관학교 기치를 내건 동양대학교가 ‘교촌동 1번지’라는 주소를 쓰고 있다.

이렇게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모든 교급의 교육기관을 모두 갖추고 있는 교촌동은 이 지역 인재 양성의 중심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 뿌리를 깊게 내린 풍기향교의 원력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풍기향교는 이리 든든한 후원군(後援軍)을 자처하면서 우수한 지역 영재를 키워내고 있다. 순흥향교, 영주향교가 산 중턱에 위치하여 들판이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곳에서 자신의 위엄을 보이는 모양새라면, 풍기향교는 시가지 뒤편에서 조용히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모양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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