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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86] 추석 풍경

2023. 10. 05 by 영주시민신문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이제 연휴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올해는 유난이 추석 연휴가 길어서 이리저리 다니느라 바쁜 나날이었다. 꼭 축제가 끝난 국밥집처럼 흥성스러움 뒤에 쓸쓸한 느낌마저 드는 게 명절인 것 같다. 이제 몸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또 바쁜 나날들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짠하기도 하다.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마저도 수월하지는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추석은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가장 풍성한 명절이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내며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조상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추석의 본질은 감사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추석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며 감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감사함에 즐기는 것이 조금 더해졌다고나 할까.

올해는 유난이 비가 많이 오고 날이 더워서 과일이나 밭농사가 순탄치 않았다. 작황이 좋지 않아서 농가에 따라서 소득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어려운 가운데 농사가 잘된 집은 좋은 가격에 물건을 낼 수가 있었으나 농사를 망친 농가는 빈손으로 울상이 되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괜히 듣는 사람 마음이 짠하다. 잘된 집이야 고마운 마음이 절로 나오겠지만 정반대 상황에서 정말 고마운 말이 나올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가도 많이 올라서 올 추석에는 선뜻 물건에 손이 가지 않았다. 무섭게 오른 물가 때문에 추석 차례상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주유비에, 식비에, 과일을 위시한 장바구니 물가까지 이번 추석에는 통계 여하를 떠나 체감 물가가 상당했다고 한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없다.’라고 생업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선한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고 했다. 아무래도 살기가 어려우면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어쩌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차원 높은 모습일 수 있다. 나도 살기 어려운데 감사하다거나 고맙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맹자는 ‘물질적 토대인 항산 없이도 도덕적 항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선비만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서는 곤궁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감사하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어떻게 보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덕목일 수도 있겠다.

대나무에 마디가 생기는 이유는 성장을 멈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장을 멈추고 휴식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디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성장을 시작하고 마디로 휴식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다.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휠지언정 부러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서 보기에는 매끈하지 못하나 그것 때문에 다음 성장으로, 또 다음 성장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감사는 대나무의 마디와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사할 줄을 알아야 삶에 마디가 생긴다. 삶에 마디가 생겨야 삶이 강해지며 바르게 성장해 갈 수 있다. 아니면 늘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가기에 삶의 마디가 생기지 않고 지루하고 획일적인 삶만 계속될 수 있다. 시시때때로 감사함이 있어야 살아가는 것에 힘이 생기고 역동성이 있게 된다. 감사함이 있어야 삶의 모습도 교목처럼 든든하게 설 수 있는 것이다.

추석의 본질이 감사라면 추석도 우리의 삶에 마디를 만든다. 굳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오는 것도 삶에 마디를 지으려는 우리들의 몸짓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번 추석 명절에 사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이동했다고 한다. 어쩌면 사천만 개의 나무에 강한 힘을 가진 마디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그러니 추석 명절이 끝나고 피곤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넋 놓고 앉아있을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추석 명절을 쇤 다음 힘 있고 강한 나무들이 사천만 그루가 교목처럼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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