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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81] 나주에 ‘어린이 박물관’이 있다

2023. 08. 24 by 영주시민신문

나주에 있는 정도전 유배지를 찾았다가 국립나주박물관을 찾아갔다. 상설 전시실은 휴관이라 볼 수 없었으나 대신 특별전 ‘흙으로 만든 안식처, 독널’을 관람하였다. 독널은 고대에 점토를 구워서 만든 관(棺)으로서 영산강 유역, 특히 나주 근방에서 많이 출토된다고 하는데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보는 내내 무척 신기해서 특별 전시의 맛이 있었다.

특별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지하 1층에 ‘어린이 박물관’이 있었다. 호기심에 동행한 분들과 함께 어린이 박물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놀라운 것은 특별전시실에는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었는데 어린이 박물관에는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있었다. 특별한 전시 공간이 있기보다는 아이와 부모가 주로 놀이하는 공간이었다. 2층 체험관이 초등학생 대상의 체험 공간이라면 이곳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놀이 공간이었다.

우선 어린이 박물관은 시원했다. 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덥고 힘들 때 여기를 오게 되면 우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 싶었다. 지하 1층에 있어서 좀 떠들어도 1층에서는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짜증스럽게 하는 일도 없겠다 싶다. 국립나주박물관의 특화된 고대 고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유아들을 데리고 별 고생하지 않고 한나절 쉴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 박물관에는 많이 붐비지는 않았으나 좀 복잡하다 싶을 정도의 아이와 부모들이 있었다. 물론 입장료는 없었다. 갑자기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을 찾았던 기억이 났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익숙한 만화 캐릭터들이 즐비했다. 익숙하기로 말하면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독널은 어린이들이 개념조차 모르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박물관에 있었던 관람객보다 어린이 박물관에 있었던 관람객이 훨씬 많았다.

체험은 직접 경험을 해 본다는 뜻에서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지만 나름대로 한계가 있다. 체험은 몇 번만 끄적거리다 보면 곧 싫증이 난다. 끊임없이 새로운 체험을 요구하게 된다. 한번 경험한 체험은 더 이상 우리에게 흥밋거리가 될 수 없다. 과정과 결과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이는 그렇지 않다. 놀이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항상 과정과 결과가 예상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나주 어린이 박물관은 체험보다는 놀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시원한 데 놀러 와서 은연중에 배우기도 하는 것이다.

영주에서 운영되는 몇몇 관람 시설은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관람료를 대폭 인하하기도 하고 아주 작은 관람료로 시민들이 관람료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꽤 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멀리까지 찾아서 간다.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곳이 있다면 먼 거리도 불사하지 않는다. 재미가 있다면 관람료가 싸거나 비싼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부모들은 사는 게 피곤하다. 한 주일을 열심히 일하고 주말은 쉬고 싶은데 아이들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떠나거나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을 준비한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거기에 체험도 할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사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백화점처럼 그 안에서 쉬기도 하고 먹을 수도 있고 체험도 하며 한나절은 거뜬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국립나주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이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추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뜨거운 여름철에 시원한 곳에서 의미 있는 박물관의 체험도 있고 나름대로는 꽤 자유로운 분위기에 이것저것 보고 체험하고 놀다가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다. 바깥에는 정자도 있고 1층에는 카페테리아도 있어 아이들과 음료를 사 마실 수도 있다. 선비문화도 딱딱하게 원칙을 고수하기보다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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