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76] 나드리, 쫄면 이야기 <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김신중 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76] 나드리, 쫄면 이야기

2023. 07. 14 by 영주시민신문

서산영덕고속도로 영덕 방향 화서휴게소에 가면 영주의 맛집으로 이름난 나드리 체인점이 있다. 뭐 요기라도 할 게 없을까 하고 휴게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고향의 식당 이름을 발견하고 보니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화서휴게소뿐만 아니라 문경, 안동 양방향, 동명휴게소에도 입점했다고 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로도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해외로도 진출한다고 하니 영주 사람으로 마음이 뿌듯했다.

나드리는 우리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상당수 영주 사람은 학생이나 청년 시절에 한 번쯤은 나드리에 가서 쫄면이나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드리를 개점한 것이 1986년 5월이라고 하니 얼추 37년 정도가 됐다. 쉰이나 육십 전후의 사람들은 나드리에서 한때를 보냈던 추억도 간직하고 있겠다. 그런 추억의 장소를 객지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났으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영주 나드리의 3대가 이어가는 쫄면 이야기’를 쓴 현수막이 눈에 띈다. 창업자는 한국전쟁 때에 월남하여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조그만 국숫집을 열었고 그 손맛으로 일약 소문난 맛집이 되었으며, 그 손맛을 이어받은 며느리가 1986년 영주에서 나드리를 개점했다고 한다. 나드리의 쫄면은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자기 변신을 계속하였고, 지금은 할머니, 어머니의 결실을 장손이 이어받아 나드리 3대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인즉슨 3대를 이어가면서 그 시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 끊임없는 변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보면 휴게소에 붙어 있는 말처럼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보통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나름, 현재에도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나드리의 이야기는 그냥 음식이 맛있는 맛집의 의미를 넘어서서 왠지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한 번쯤은 되새겨볼 만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나드리는 2018년 영주에서 최초로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백년가게란 30년 이상된 업체를 100년 이상 존속,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제도인데, 백년가게에 선정되면 로고 부착과 함께 스토리 보드를 만들어 준다. 영주에도 백년가게가 13군데가 있는데 나름대로는 각 분야에서 독특한 이력과 전통이 있는 가게들이다. 영주시의 규모로 볼 때 13군데가 선정됐다는 것은 적지 않은 숫자인데 영주 최초가 나드리라고 한다.

나드리는 휴게소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온라인쇼핑몰을 시작하며 많은 매출 성과를 올린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맛집의 한계를 넘어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장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드리의 이런 몸짓을 경영의 한 단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창조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힘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영주 중앙로 2층에서 SNS를 타고 뻗어가는 상상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젊은 시절에 들렀던 나드리는 그냥 쫄면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들끓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외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도 아니었다. 그냥 맛있게 쫄면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그런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몰려가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집 중에 한 군데였다. 그런 나드리가 이렇게 각 지역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문화적인 상상력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글은 맛집 소개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주 중앙로에서 시작한 나드리가 어떻게 휴게소까지 진출했는지에 대한 충격과 반가움에서 출발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분이 이야기를 생성하는 문화적 상상력에 대해서 한 번쯤은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영주에서 제2, 제3의 나드리가 탄생했으면 한다. 영주를 넘어서서 다른 지역으로 쭉쭉 뻗어가는 상상력이 넘쳐나면 좋겠다. 하드웨어는 이동의 한계가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이동의 한계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