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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73] 가끔은 하늘을 보자

2023. 06. 23 by 영주시민신문

주말마다 땅을 보러 다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주말이 되면 자가용으로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땅을 본다. 충남 서산을 비롯하여 세종, 파주, 평택 등지로 다니다 보면 뭔가 돈 되는 땅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부동산도 꽤 있고 경제적으로도 쏠쏠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원래 사람이란 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어서 이 친구 눈에는 땅만 보면 그 땅을 둘러싼 장차 모습이 훤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엄청 만화가 보고 싶은데 주머니가 텅 비어 돈을 주우러 다닌 적이 있다. 시내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지금 구성오거리 소백대박시장 입구에 있던 식육점 앞에서 우연찮게 10원짜리 지폐를 주운 것이다. 그때만 해도 10원이면 만화책 몇 권을 쌓아 놓고 볼 수 있는 돈이었다. 그때부터 꽤 오래도록 땅을 보는 버릇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그때 지폐를 줍지 못했으면 땅을 보는 괜한 습관이 들지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삶이라는 게 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땅에서 이루어지고 땅 때문에 시끄럽다. 어릴 때 땅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친구들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물론 규칙을 잘 지키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으나 땅을 뺏기고 나면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집에 돌아와서까지 씩씩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까짓 거 해 질 무렵에 그은 선을 발로 쓰윽 지워버리면 그만인데 말이다.

심리학자 칼 융이 인디언을 연구하기 위해서 인디언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인디언 촌로들이 의젓한 기품과 위엄이 있더라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아버지인 태양의 아들로서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서 자신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태양이 뜨지 않고 이 세상에는 항상 밤이 되고 만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디언들은 늘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아버지인 태양을 도와주고 세상 사람들이 밝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하늘을 보면서 깨닫는 것이다. 미당(未堂)의 시와 같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 천둥, 무서리 등 전 우주가 교감하는 것과 같은 인식을 인디언들에게서 엿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졌으니 기품이나 위엄이 없을 수가 없다.

주로 땅의 일을 생각하면서 땅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우리 삶에서는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땅을 디디고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땅에 관심을 가지고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대부분은 땅과 관련이 있다. 땅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땅에 있는 것만 바라보고 거기서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땅만 바라보다 보면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에 목숨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늘이라거나 백성이 하늘이라고 했다. 사람을 하늘처럼 귀하게 생각하라는 말이다. 가끔은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 땅에서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늘을 바라보면 왠지 위안이 된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과 창공 푸른 하늘을 볼라치면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사방이 꽉 막힌 사면초가(四面楚歌)에서는 갈 곳이라고는 하늘밖에 없는 것이다. 슈퍼맨은 하늘을 날아가지 차를 타고 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인디언처럼 기품 있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끔은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 멀리 하늘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둥글고 시원스럽다. 하늘에 맞닿은 산이 둥글고 땅에 맞닿은 지평선이 부드럽다. 땅에 있는 것은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쉽사리 베이기도 쉽다.

물론 땅에 있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거기에만 몰입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진실이면 또 모르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진실과 제법 거리가 먼 것도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즐겁게 살면서 아픔은 같이하되 가끔은 내가 딛고 있는 땅에서 하늘을 보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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