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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전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60] 암각문으로 본, 영주의 동천복지(洞天福地)

2023. 06. 16 by 영주시민신문

「洞天마을」의 ‘洞’자는 마을보다 ‘동굴’이라는 풀이가 더 어울린다. ‘하늘로 통하는 동굴’ 즉,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동굴 속 별천지 같은 곳을 말한다. 또한, 「福地」는 각종 재앙이 닿지 않는 이상향(Utopia)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동천복지는 모두 땅속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동천복지는 도교(道敎)에서 신선이 산다는 천하의 명산을 가리키며, 불로불사의 낙원이라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아낼 수 없었던 조선 문인들은 나름의 경승지를 이상향으로 보고 자연을 즐기며 신선의 모습을 닮고자 애썼다. 그 흔적이 이른바 동천마을이다. 그들은 마을 입구에 「○○洞天」이라는 글씨를 바위에 새겨 두고 도학의 경지를 깨치기 위해 수련을 했다.

도교에서는 수련 결과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는데, 상자(上者)는 하늘에 올라가는 천선(天仙)이 되고, 중자(中者)는 동천복지의 지선(地仙)이 되며, 하자(下者)는 혼백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시선(尸仙)이 된다고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동천마을 사람들은 중자에 속하며, 이 땅의 신선으로 자칭되는 셈이다.

지상에는 모두 36동천과 72복지가 있다고 한다. 이런 마을은 보통 동굴 모양새를 갖춘 산골짜기로 산속 깊은 계곡에 주로 나타난다. 속세를 벗어난 자연 경승지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과도 직결되며, 조선 선비의 은둔 문화가 꽃피던 곳이다. 이처럼 동천은 혼란한 속세를 벗어나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곳으로, 사람들은 그곳을 ‘무릉도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천’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전통조경학회가 발표한 <경상도지역 동천(洞天) 위치 조사 연구> 논문에 의하면, 전국 동천마을 집결지로 추정되는 경상도의 동천은 모두 111개소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중 암각문(巖刻文) 등으로 확인되는 동천은 경북이 79개소, 경남이 26개소이다. 경북 79개소 중에는 영주 20개소, 봉화 16개소라고 한다. 경북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북 최고 수준이기에, 당연히 전국 최고가 된다. 하지만 필자가 영주‧봉화에서 확인한 것은 그 이상이었다.

영주의 경우, 바위에 확실하게 새겨 전하는 방학동천(월호리), 광릉동천(보계리), 허문동천(북지리), 하암동천(소천리), 하암동천(우곡리), 수양동천(소천리), 문암동천(용암리), 문암동천(줄포리), 지학동천(내죽리), 용암동천(창진리), 구호동천(구성산), 매양동천(한절마), 가암동천(두월리), 알성동천(운문리), 황씨동천(지동리), 입암동천(지동리), 고석동천(두월리), 월리동천(천본리), 백운동(청구리) 등 19개소와 표석 형태로 남아 있는 연화동천(좌석), 안남동천(단곡), 방달동천(병산), 이화동천(배점), 운포동천(읍내), 율수동천(지동), 반곡동천(문정)의 7개소를 합하면 모두 26개소나 된다. 이는 경상남도와 대등한 숫자이다.

이들 동천은 본래 도교 용어였지만, 유교의 심성을 가다듬는 현실 세계의 상징적 장소로서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학문과 수양에만 힘쓰려는 유학자들의 은둔적 수련 생활이 녹아 있어 우리 ‘선비의 고장’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동천복지 문화를 누리려는 현대판 신선(귀촌․귀농자)들에게 매력의 땅으로 부상되고 있어 이의 활용 방안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지금의 관광 트랜드는 ‘주제 여행’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동천복지 주제를 활용한 전국 최상의 선비정신 재발견 프로그램 개발도 조속히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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