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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72] 구성공원 조망 유감(有感)

2023. 06. 16 by 영주시민신문

얼마 전에 영주를 알고 싶다는 몇 분을 모실 기회가 있었다. 날도 더운데 실내에서 영주 지도로 영주를 소개할 수도 있었으나 좀 생생한 영주 변천사를 알리기 위해 영주에서 가장 높고 가운데 있다는 구성공원에 올라갔다. 가학루 위에 올라가서 영주 이야기도 하고 영주 자랑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가학루에서는 멀리 소백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영주 시가지를 훤하게 내려다보이니 구성공원이 영주 소개에 최적지다 싶었다.

실제로 구성공원에 오르면 멀리 동으로는 태백산, 서로는 소백산, 남으로는 학가산, 북으로는 봉황산이 보인다. 철탄산을 보면서 관사골, 숫골, 신사골, 향교골을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영주동에서 시작하여 구도심인 휴천동으로 돌아서 신도심인 가흥동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다. 중앙선 철도와 영주역의 변천사, 서천의 물줄기가 변해감으로써 영주의 모습이 어떻게 변천해 갔는지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다.

바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동쪽으로는 불바위 전설도 있고 공원 서쪽에는 동구대가 있어서 옛 영주의 아름다운 정경을 설명할 수가 있다. 내려다보면서 삼판서 고택이 있는 자리와 삼봉 선생을 얘기할 수도 있고 반구정과 봉송대를 보면서 그 시대의 충절을 말할 수도 있다. 고려의 충절과 삼봉의 개혁 정신을 대비하면서 드라마틱한 영주의 한 단면을 구성공원은 껴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공원 아래에 훤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구성공원에 올라 보면 사방 우거진 나무 때문에 조망이 어렵다. 조망(眺望)은 산 정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볼 때 쓰는 말인데 구성공원에 올라가면 시가지를 전혀 조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학루에 올라 봐도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공원에 시원한 숲을 조성하고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나 구성공원을 좀 더 역사·문화적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구성공원은 추억의 장소다. 어릴 때는 놀이터였고 좀 커서는 로맨스 장소였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터라 구성공원에 올라가서 친구들과 떠들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있을 때면 구성공원에 올라가서 글을 쓰거나 영주 시가지를 그리기도 했다. 백일장에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나무 사이로 나는 간다.” 시를 썼다가 “이놈아, 그럼 나무 사이로 안 가는 놈이 어디 있냐.”며 한 대 얻어맞았던 기억도 있던 장소다.

이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은 서천 둔치로 바뀌었다. 그라운드 골프와 파크 골프장이 있고 어린이들 놀이터도 있다.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있으며 축제의 대부분이 둔치에서 이뤄진다. 아침저녁으로 서천 둔치를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전거 도로도 있어서 자전거를 즐길 수도 있다. 겨울을 제외한 사계절에 봄 벚꽃을 시작으로 영산홍, 철쭉, 금잔화 등 각종 꽃이 핀다. 밤이 되면 야경도 예뻐서 마음 편하게 걸을 수도 있다.

구성공원을 올라가서 여기저기를 다녀보면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간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아카시아도 자랄 대로 자라서 시야를 가린다. 참나무는 너무 커서 더 이상 모양을 다듬을 수가 없다. 가학루에 올라 보면 참나무 숲이 사면을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가학루 표지판이 남루하게 서 있고 여기저기 운동 기구들이 몇 가지 갖춰져 있다. 언제 적 구성공원이냐는 듯이 어설픈 공간으로 쓸쓸하게 영주를 지키고 있다.

이제 구성공원은 휴식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문화적 공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요, 거기에 올라가면 영주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공원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세 군데 나 있으니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도록 공원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영주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장 먼저 구성공원으로 안내하여 영주의 어제, 오늘, 내일을 설명하고 이어서 공원을 내려와 광복로, 영주로, 중앙로, 번영로를 걸으면서 영주를 하나하나 소개하면 영주가 훨씬 돋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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