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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59] 척곡교회와 명동서숙(明洞書塾)

2023. 03. 17 by 영주시민신문

오래전에 중국 용정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에 갔었다. 지금은 중국이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 왜곡하고 윤동주 생가를 거창하게 중국풍으로 꾸며서 원래 모습은 사라지고 불편한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생가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었다. 허물어질 것 같은 집과 섶으로 이리저리 엮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던 화장실, 청소당번 문익환, 지각생 윤동주, 떠드는 학생 송몽규, 구구단 못 외우는 학생 김옥분이라고 쓴 작은 칠판이 돋보였던 그런 곳이어서 무척 정감이 갔었다.

윤동주, 문익환, 송몽규, 김옥분은 바로 명동서숙(明洞書塾)으로 출발한 명동학교 출신이다. 같은 이름의 명동서숙이 봉화척곡교회에도 있다. 구전(口傳)에 따르면 명동서숙에서 하던 식사 기도문이 용정 명동학교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확실치는 않으나 척곡교회를 세웠던 김종숙 목사의 동생 김종옥이 독립군자금을 전달하면서 4년간 명동에 도피해 있을 때 전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 복음과 민족교육의 기치를 내건 척곡교회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전면사무소에서 산길을 따라 2킬로쯤 꼬불꼬불 들어가면 척곡교회가 있다. 척곡교회를 창립한 김종숙(1872-1956)은 대한제국의 탁지부(오늘의 기획재정부)의 관료로 근무하다가 1905년 을사늑약 체결과 함께 대한제국 국가 권력이 일본의 통감부로 이양되는 과정을 뼈아프게 지켜보면서 관직을 내던지고 외가(外家) 마을 봉화군 법전면으로 낙향한다. 김종숙은 선교사 언더우드를 만나 기독교 신앙을 가졌으며 새문안교회를 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1907년 5월 17일 척곡교회를 설립하면서 개명(開明)의 꿈을 실현하게 된다.

김종숙은 고향 토지를 팔아 독립군 군자금과 의병대 지원금으로 보내고 남은 돈으로 와가(瓦家) 예배당과 초가(草家) 명동서숙을 지어 복음 전파와 문맹 퇴치 등 교육과 독립운동에 힘썼다. 예배당과 명동서숙은 기독교 건축 초기의 평면과 공간 구성, 간소한 구조와 외관을 잘 보여 준다. 교회 출입문이 왼쪽과 오른쪽에 작은 솟을대문처럼 지어졌다. 남자와 여자의 출입구를 구분했으며 교회 안에도 남녀를 가림막으로 구분하여 강대상에서만 모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뒷문은 교회 뒷산으로 연결되는데 독립운동가를 피신시키는 용도로도 쓰였다.

척곡교회의 창립에서 중요한 점은 명동서숙이 함께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 의지에 맞서서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자는 교육구국운동(敎育救國運動)은 곧 애국계몽운동(愛國啓蒙運動)이었다. 서양문명을 가르치는 신식

(新式) 학교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외세를 막아내고 나라의 독립을 지켜내자는 운동이었다. 안동지역 최초 사립학교인 협동학교가 1907년에 개교했는데, 명동서숙도 같은 해에 개교한 것을 보면 민족교육과 계몽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때만 해도 지역의 유생들이 위정척사(爲政斥邪)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배격의 대상에 서양문명과 기독교가 포함되었다. 그만큼 유생의 영향력이 컸던 북부지역에서 교회와 학교를 세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청년이란 용어가 생소하고 개념이 없었던 때에 청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양육하고 훈련시킨 것은 참으로 선구자적 안목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척곡교회는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교회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57호로 지정되었다. 기록문서 8가지와 소장 서적 8권은 경북문화재 자료 590호로 지정되었다. 역사적, 교회사적인 의의를 차치하고라도 산골 오지에서 독립과 민족교육,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교회 앞에는 명동 무궁화동산이 조성돼 있어 민족 독립을 위해서 무궁화를 애타게 찾았던 청년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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