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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47] 영주한우의 맛과 멋

2022. 12. 16 by 영주시민신문

영주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꼭 들리는 몇 집이 있다. 손님이 오후쯤에 도착하면 저녁으로 영주한우를 대접한다. 다음 날에는 복어탕이나 대구탕으로 해장하고 부석사나 소수서원을 돌아본 후 부석사 주차장 식당에서 청국장을 겸한 산나물 정식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영주를 다녀가면 누구든지 참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인사를 한다. 심지어 어떤 분은 지금까지 출판한 자신의 저서 전부를 보내주면서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도 있었다. 영주는 어쩌면 볼거리와 먹을거리에서 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람의 입맛만큼 까다로운 것은 없다. 맛에 대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냉정하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고 사람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사람들은 찾지 않는다. 입맛이란 게 참 묘한 것이 사람들에 따라 조금은 차이가 나지만 맛을 느끼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꼭 만국 공통어를 연상할 정도로 맛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비슷하다. 영주의 먹거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이 영주한우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주한우를 한번 맛본 사람들은 그 고소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영주한우는 맛과 멋이 있다. 원래 맛과 멋은 비슷한 말이다. 조윤제 선생은 멋은 맛에서 왔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맛과 멋이 비슷한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맛은 분위기로, 멋은 품격으로 쓰일 때가 있으니 둘이 비슷한 느낌이 난다. 맛은 미각과 잇닿아 있고 멋은 감성과 연결된다. 맛을 입맛이라고 하면 멋은 고상한 운치가 있다는 말이 된다. 영주한우가 맛과 멋이 있다는 것은 영주를 찾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뿐만 아니라 영주한우의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나름대로는 고상한 운치를 느낀다는 말이 된다.

영주한우는 맛에 있어서 전국에서 으뜸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육질 좋은 한우를 생산하기 위한 한우농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고급육 출하 실적이 92%를 넘는다고 하니 놀랍다. 한우 사육에 문외한인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유전적인 문제부터 친환경을 포함한 사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농가마다 집적된 비결이 있을 것이다. 영주의 깨끗한 물은 무엇보다 한우 사육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위도 36.5˚에서 오는 7시간이 넘는 일조량과 11도가 넘는 밤낮의 기온 차는 한우의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브랜드에는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가 없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리에서 사라진다. 이미지는 맛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를 둘러싼 자연과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는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주한우는 이미지의 멋스러움이 있다. 소백산이 있고 부석사가 있으며 소수서원이 있다. 고즈넉한 무섬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람 살기 좋은 영주의 이미지도 함께 들어 있다. 소백산을 닮은 영주 사람들의 이미지도 있다. 멋에서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자연과 정신이 브랜드 이미지에 포함돼 있다.

맛은 멋과 어우러져야 더욱 돋보인다. 맛을 생각하지 않고 멋만 생각하다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본질은 맛이고 멋은 본질을 감싸는 옷자락이기 때문이다. 멋을 생각하지 않고 맛만 생각하다가는 고리타분하여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일단 겉을 보고 순간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맛과 멋은 현재 진행형이며 그릇과 국물의 관계와도 같다. 그릇과 국물은 따로인 것 같으나 국그릇에 때라서 국의 맛은 달라진다. 지저분한 그릇에 아무리 맛있는 국을 담아도 맛이 없는 것과 같다.

영주한우가 맛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검증되었다. 영주시민만이 아니라 외부 손님들도 맛에 대해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는다. 이런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멋스러운 이미지가 더해졌을 때 가능하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의 기교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주한우도 한 문장으로 내놓을 수 있는 멋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는 길게 설명하는 순간 고리타분하게 변한다. 이미지는 순간적인 감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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