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46]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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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46] 길을 묻는 그대에게

2022. 12. 12 by 영주시민신문

지난주에 공연했던 주크박스 뮤지컬 『길을 묻는 그대에게』는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했다. 연극과 노래와 시가 어우러져 가슴을 뛰게 했던 무대였다. 철학적인 깊이와 서정적인 감성이 잘 어우러진 뮤지컬이었다.

정제된 감정으로 관객과 호흡을 나눈 혜민의 노래는 듣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돌아보게 했다. 배우들의 대사는 구수했고 진했다. 특히 원로 배우 세 사람이 중절모자를 쓰고 부른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는 늘 길을 떠나야 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대중가요를 모아 만든 뮤지컬을 말한다. 대중가요를 모아 만든 뮤지컬이기에 사람들에게 익숙하며 친숙하다. 연극에다가 노래가 우리에게 주는 설득력을 더 보태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이번처럼 안향, 정도전, 김담, 황준량, 송상도와 같이 영주가 낳은 위대한 분들이 걸어갔던 길과 대중가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분들과 대중가요의 거리는 극과 극에 위치하는 만큼 연출자의 뛰어난 감각과 안목이 필수적이다.

참, 길이란 묘한 것이다. 다섯 사람이 걸었던 길과 대중가요에서 노래한 길, 관객이 살아가고 있는 길이 이리저리 얽혀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이 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길이라는 공통어가 있었기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질 수 있었다.

어쩌면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의 길이 대중가요를 만나서 친근감 있게, 어떤 때는 유머스럽게, 가끔은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길을 걸었고, 지금도 걷고 있으며, 앞으로도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기에 이런저런 공명이 가능했을 것이다.

『길을 묻는 그대에게』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졌다. 트로트가 대중문화의 주된 코드가 돼 버린 요즘 세태에 문화의 다양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문화소비는 한 편으로 기울어져 있다.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 없으면 행사의 성공을 가늠할 수가 없다.

트로트 가수가 아니면 사람들은 공연장을 잘 찾지 않는다. 팬덤이 있는 트로트 가수를 앞세워야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 주최 측 입장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이 찾아오도록 해야 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길을 가고 있으며, 행복한 길을 가기를 원한다. 가파르거나 위험한 길보다는 순하고 평탄한 길을 가고 싶다. 김훈은 말했다. “길은 인간의 자취 중에서 자연에 가장 가깝다. 길은 자연의 가파른 위험을 피해 간다. 그것이 길의 원리이고, 행함의 원리이다. 산맥을 넘어가는 등산로나 강을 건너가는 나루터가 다 이와 같다.”

아마도 자연의 길이란 유순하면서도 사람을 내치지 않는 그런 길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길에 대해서만은 철학자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 소설 몇 권 분량은 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묻는 그대에게』는 대중성을 따지지 않고 과감하게 시민들에게 ‘길’을 던졌다. 배움이나 일으킴, 애국, 구국, 애민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어떤 길을 가야 옳은 것인가도 말하지 않는다. 만약에 길을 묻는다면 우리의 길을 가보자는 것이다. 뮤지컬에서 윤동주의 「서시」를 들려준다.

윤동주는 부끄러움 때문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나한테 주어진 길이라면 어떤 길이라도 걸어가는 것이 윤동주의 아름다움이요, 우리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의 마지막에서 부른 「바람의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본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어떤 길이든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가는 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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