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42] 택리지(擇里志)와 부석사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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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전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42] 택리지(擇里志)와 부석사

2022. 09. 30 by 영주시민신문

『택리지(擇里志)』는 종전의 군현별(郡縣別)로 써진 백과사전식 지지(地誌)에서 진일보하여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룬 팔도총론, 도별지지, 그리고 주제별로 다룬 인문 지리적 접근을 갖춘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이다.

1751년, 이중환이 조선 팔도를 권역별로 묘사하되, 전국의 현지답사를 토대로 편찬한 지리서이다. 전국 방방곡곡 모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 사상의 설명으로는 한두 줄 이상 분량을 배려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택리지가 사찰의 첫 번째로 부석사를 소개하였다. 게다가, 전국의 다른 사찰 소개가 대부분 두어 줄에 그치는 데 비해, 부석사 소개는 무려 그 열 배가 넘는 파격적인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부석사에 대해서는 특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 『택리지』의 내용을 설명 없이 그대로 전재해 보고자 한다.

•부석: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부석사(浮石寺)가 있으니 신라의 옛 절이다. 불전 뒤에 가로누운 거대한 바위 위에 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올려져 있어 마치 지붕을 덮은 듯하다. 얼핏 보면, 위․아래가 연결된 듯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두 개의 바위 사이가 잇닿지 않고 작은 틈이 있다. 새끼줄을 지나가게 하면 나오고 들어갈 때 걸림이 없어 그제야 떠 있는 바위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석사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이치상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숨 쉬는 모래: 부석사 문밖에는 흙덩어리 모양의 숨을 쉬는 모래가 있어, 옛날부터 갈라지지도 않고 깎아내면 다시 솟아나니 살아 있는 땅[息壤]과 같다.

•선비화: 신라 때의 승려 의상이 득도하여 서역 천축(天竺)으로 들어가려 할 때 기거하던 요사채의 문 앞 처마 밑에 지팡이를 꽂고서 말하기를, “내가 떠난 뒤에 이 지팡이에서 반드시 가지와 잎사귀가 날 것이다. 이 나무가 말라 죽지 않으면 내가 죽지 않은 줄로 알라”라고 하였다.

의상이 떠난 후에 절의 승려들이 기거하던 곳에 의상의 소상을 빚어서 안치해 두었다. 창밖에 있던 나무에서는 바로 가지와 잎이 돋아났다. 햇빛과 달빛은 비쳐도 비와 이슬이 젖지는 않았는데 잘 자라서 지붕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컸다. 키가 크기는 했어도 지붕 위로 자라지는 않을 정도이고 겨우 한 길 남짓하여 1000년 동안 변함이 없다. 광해군 시절에 정조(鄭造)라는 경상감사가 절에 이르렀다.

이 나무를 보고서는 “선인(仙人)이 지팡이로 짚던 것이니 나도 지팡이로 짚어야겠다”하고는 바로 톱으로 잘라내게 하였다. 그가 떠난 후에 즉시 두 줄기가 솟아나서 전과 같이 커졌다. 그러나 나무를 잘랐던 정조는 계해년 인조반정에 휘말려 반역죄로 처형당했다. 나무는 지금까지 사시사철 늘 푸르고, 잎이 피지도 지지도 않는다. 승려들이 이 나무를 선비화수(仙飛花樹)라 부른다.

옛날에 퇴계 이황이 이 나무를 두고 시를 지었다.

탁옥정정의사문(擢玉亭亭倚寺門) 옥인 양 꼿꼿하게 절 문에 기대고 있는데
승언석장화령근(僧言錫杖化靈根) 지팡이가 신령한 나무로 변했다고 스님들 말하네
장두자유조계수(杖頭自有曹溪水) 지팡이 끝에 본디 조계의 물이 있어서
불차건곤우로은(不借乾坤雨露恩) 천지가 베푸는 비와 이슬은 필요 없나 보다

•취원루: 부석사 뒤쪽에는 취원루(聚遠樓)가 있다. 크고 넓고 아스라하여 천지 가운데서 솟아난 듯하고, 기세와 정기가 경상도 전체를 압도하는 듯하다. 누각의 벽에는 퇴계의 시를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내가 계묘년(1723) 가을에 승지 이인복과 함께 태백산을 유람하다가 이 절에 이르러 퇴계의 시에 차운하여 시를 지었다. <시 생략>

취원루 위 깊숙하고 구석진 곳에 방을 만들어 신라 때부터 뼈에서 사리가 나온 이름난 부석사 승려의 초상 10여 폭을 걸어두었다. 모두 생김새가 예스럽고 괴이하며 풍채가 맑고 깨끗하여 엄숙한 태도가 선정(禪定)에 든 모습인 듯하다.

취원루 위쪽은 지세가 구불구불하여 아래쪽으로 축 늘어진 모양새다. 그곳에 작은 암자와 요사채가 있어 불경을 강론하거나 선정에 들어간 승려를 머물게 한다고 한다.

<이 절은 경상도 순흥부 지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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