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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36] 마당놀이 ‘선비 의사 이석간’을 보고

2022. 09. 30 by 영주시민신문

영주의 유의(儒醫) 이석간이 마당놀이 ‘선비 의사 이석간’으로 공연되었다. 2019년, 2021에 이어 콘텐츠 내용이나 공연 방식들이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객석에 거리두기로 마음 졸였던 작년 공연에 비해서 올해는 무대가 서천 둔치 열린 공간이어서 그런지 무대와 관객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멀리 이석간이 환자들을 돌봤던 제민루와 삼판서 고택을 은근한 배경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영주에서 태어난 이석간은 진사시에 합격하고 한양에서 의술로 이름을 알리며 환자를 살핀다. 관리들의 당파싸움으로 인해 삭탈관직을 당하고 낙향하여 제민루에서 의술을 펼친다. ‘왜소병(矮小病) 환자를 치료해 준 이야기’와 ‘명나라 황태후(皇太后)의 병을 고친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를 채록한 내용으로 콘텐츠의 중심을 이룬다. 평생에 걸쳐 경험한 임상 처방을 편찬한 ‘사의경험방(四醫經驗方)’도 소개하고 있다.

공연 곳곳에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었다. 배우들이 관객 속에 들어와 함께 호흡하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별로 웃을 일 없는 요즘 세상에 마음껏 웃어보았다는 건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당대의 관리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날카롭게 현실 문제를 지적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 음악과 소품을 퓨전식으로 섞어 전통적 가치를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설정도 좋았다.

무엇보다 한국연극협회 영주지부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마당놀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뿌듯했다. 예술적인 인프라가 아무래도 열악한 우리 지역에서 마당놀이를 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연출을 맞고, 출연진과 스탭진 대부분이 지역 출신이라 제작의 어려움이 짐작되었다. 지역의 원로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여 땀을 흘리는 모습 또한 감동이었다. 배우들과 찰떡 호흡을 맞추는 소백풍물의 연주도 압권이었다.

공연 중간에 배우가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를 홍보하는 장면이나 명 황태후를 풍기인삼으로 고쳤다는 장면에서 시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석간이 영주사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풍기인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먹는 것으로 병을 치료하고 인술(仁術)로 병을 고치는 공연 내용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지금 세태를 잘 반영하였다. 마당놀이는 출연진이 많을수록 공연 내용이 풍성해진다.

특히 야외 공연은 배경이 무한정 넓어서 출연진이 적으면 아무래도 무대를 가득 채우기가 여의치 않다. 영주와 같은 중소도시에서 많은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출연진의 수는 결국 예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은 기회가 되면 다시 방영하면 되지만 연극이나 마당놀이는 모든 출연진이 반복해서 무대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작품을 보존한다는 것은 반복하여 공연하는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영주와 관련이 있는 문화 콘텐츠는 조례나 규칙을 제정해 보존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면 더욱 박수를 받을 일이겠다.

연극이나 마당놀이는 축제와 비슷하다. 공연하는 순간에는 화려하고 풍성하며 즐거운 웃음이 만발하나 관객들이 썰물처럼 공연장을 빠져나가면 허무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배우는 이런 허무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

공연을 보는 영주시민이나 시의 공연 관계자들도 이들의 노고를 마음 깊이 위로할 수 있어야겠다. 그리고 가치 있는 콘텐츠들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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