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40] ‘한복 생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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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 (전 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240] ‘한복 생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2022. 09. 02 by 영주시민신문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0일을 기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징하는 전통 생활관습이자 전통 지식인 ‘한복 생활’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복 생활은 바지·저고리 또는 치마·저고리로 이루어진 2부식 구조와 옷고름을 갖춘 한복을 지어, 착용 순서에 따라 입고, 예절이나 격식이 필요한 의례·놀이 등에 맞춰 향유 하는 문화를 뜻한다. 한복의 역사성·전통성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일상에서 한복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우리 조상들은 의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는 것을 예(禮)의 첫걸음으로 여겼다. 주부들이 손수 바느질해서 옷을 지었고, 빨래할 때는 옷을 일일이 뜯어 풀 먹이고 다듬질하고 다시 깁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정성을 쏟았다. 한복은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옷이다. 공들인 만큼 우아한 자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이기 때문이다.

한복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어령 선생은 “한국 바지의 넉넉한 괴춤은 끝없이 인간을 감싸주는 융통성 있는 문화의 상징이다.”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한복은 옷 입은 사람이 움직여야 비로소 아름다운 선이 드러나게 되는 멋스러운 옷이다.”라고 했다.

한복은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의 토우(土偶) 등에서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그 후 바지·저고리 또는 치마·저고리로 이루어진 우리 민족 복식의 기본 구조로 발전해 오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전형이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복’이란 용어는, 개항을 전후한 1900년경 서양에서 들여온 ‘양복’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에는 그저 ‘우리 옷’이었다. 그리고 ‘우리 옷’은 우리 문화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복식 문화였다.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손수 지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형장을 들어갔다고 한다. 박남서 시장은 선비세상 컨벤션홀에서 한복을 입고 취임식을 했다. 미국의 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메릴린 스트릭랜드(58·한국명 순자)가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복 차림으로 동료 의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역시 한국계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하원의원과 팔꿈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복 생활’은 지난 3월 ‘한복 입기’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바 있었으나, 한복 그 자체의 무형유산 특성 및 관련 문화를 포괄할 필요가 있다는 점, ‘한복 입기’가 단순 한복 착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로 명칭을 ‘한복 생활’로 변경하여 문화재로 지정하게 되었다.

태어난 아기가 난생 첨으로 입는 ‘배냇저고리’로부터 시작하여, ‘까치두루마기’는 까치설날 아이들에게 입혔으며, 혼례식에서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이라고 하여 신부는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고, 족두리나 화관을 쓰고 겉옷으로 활옷이나 원삼을 착용하였다. 장례에서 망자(亡者)에게 입히는 수의(壽衣)는 살아생전 준비해 두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태어나면서부터 무덤으로 들어갈 때까지 ‘한복’이라는 옷으로 평생을 생활했다.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이면 새로이 원단을 장만하여 옷을 지어 입었는데, 이를 각각 ‘설빔’, ‘추석빔’, ‘단오빔’이라 하였고, 계절이 바뀌는 명절에는 필요한 옷을 장만하여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였다. 이처럼 ‘한복 생활’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예(禮)를 갖추는 매개체이기에 매우 중요한 무형적 자산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한편, ‘한복 생활’은 한반도 전역에서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생활문화이므로 특정 보유자와 보유 단체는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하였다.

이번 추석은 ‘한복 생활’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첫 번째로 맞이하는 명절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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