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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32] 복잡함에 도전하는 단순함

2022. 08. 25 by 영주시민신문

한 돌봄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글짓기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주로 중고등학생 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업이나 강의를 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라 마음의 부담이 컸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자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 말을 떠올리며 강의내용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정답은 단순함에 있었다. 아이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복잡하면 바로 몸을 비비꼬고 책상에 엎드리며 심지어 밖으로 뛰쳐나간다. 글짓기 중 가장 단순한 삼행시로 재미있게 아이들과 놀았다. 단순함은 관계에도 적용이 되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왠지 그저께 만난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아니 늘 만난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단순하다고 해서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단순하게 된다. 교묘하게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고 이익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진실하게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함은 단순함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다움이나 인간적인 만남, 진실함에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며 확장해가는 묘한 힘이 있다.

‘미친 듯이 심플(Insanely Simple)’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불멸의 경영 무기, 단순함의 철학 을 다루고 있다. 애플의 유명한 광고였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잡스의 단순함에 대한 고집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했다.

잡스는 단순함을 근원적인 힘으로 규정하면서 회사의 모든 영역에 단순함을 적용하고 추구하여 성공을 쟁취했다. 조직도 단순화하여 남다른 창의성을 끌어냈다. 경영 전반에 단순함을 도입하여 다른 생각들이 어떻게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한 가지에 미친 사람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는데 그들의 눈은 늘 사람들에게 머물고 있다. 단순함은 사람들을 위하기 때문에 인간적이다. 사람보다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는 반드시 복잡함과 획일성이 있다. 획일성은 죽은 것이기 때문에 꿈틀거리지 않고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서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복잡하여 획일성을 띠는 것들은 역동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더 이상 조직이나 사회를 변화시킬 수가 없다. 정체하거나 퇴보할 가능성이 짙다.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선을 그어가다 보면 획일성은 죽은 사회와 같은 정체에 머무르게 된다.

극단적으로 고착화 되어 있는 이념이 그렇다.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데 양쪽으로 선을 그어 획일화 된 이념의 스팩트럼을 만든다. 건강한 이념과 지방의 분권, 세대의 조화로움이 획일적인 줄긋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져서 병이 들게 된다. 다양성을 품고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획일화, 극단화 되어 심각한 양극화 현상만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공직사회나 문화계에도 단순함의 힘을 적용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을 나열만 하는 것은 복잡함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조직을 방대하게 확장시키는 것은 단순함에 역행한다.

가급적이면 총량제로 묶어서 새로운 조직이 생기면 없어지거나 통합되는 것도 있어서 조직을 단순화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나열만 하고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양파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단순함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단순함의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단순함은 힘이 있다. 유명한 음식도 보면 여러가지로 나열된 것 같지만 하나의 단순한 스토리가 음식 속에 숨어 있다. 장욱진 화백은 ‘단순함이 나의 철학’이라고 했다. 문명이 태동한 이후로 단순함과 복잡함은 끝없는 사투를 벌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들에게 깊게 자리 잡은 것은 복잡함이다. 사람들은 사회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복잡한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단순함의 힘을 믿고 과감하게 복잡함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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