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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31] 유학의 메카, 영주·1

2022. 08. 18 by 영주시민신문

1997년 영주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영주문학」 11집에서 삼봉 정도전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김덕우 형이 삼봉의 문학세계를 쓰고, 필자는 삼봉과 불교를 썼다. 지금은 삼봉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자료도 축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공연돼 영주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다.

영주시민신문 이원식 기자의 정도전 시리즈는 많은 분들이 즐겨 찾는 기사가 되었다. 그러나 90년대만 해도 삼봉에 대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니 삼봉에 대한 글쓰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삼봉집에 수록된 악장과 한시, 특히 조선경국전과 불씨잡변을 두루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악장이나 한시는 그렇다 쳐도 불씨잡변을 읽을 때의 놀라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삼봉은 당시 불교의 폐단에 대해 성리학을 근거로 조목조목 비판하는데 그 논리가 치밀하고 명쾌했다. 당시로 보면 불교는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기에 불교를 비판한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불씨잡변 하나만 보더라도 삼봉이 그 시대의 혁신을 대표한다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말할 수 있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자 유학의 메카다. 굳이 성지라는 말을 쓰지 않고 메카라는 어색할 수도 있는 용어를 쓰는 것은 뭔가 있어보이고자 함이 아니라 필자로서는 1997년부터 꾸준히 써온 말이라 수정하지 않고 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서이다.

메카는 사우디아라비아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이슬람교 제1의 성지이며 창시자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다. 무슬림은 매일 5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일생에 1번은 이 곳을 순례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분야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주는 한국 성리학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성리학을 받아 들였던 안향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조선 성리학의 기틀을 세우고 성리학으로 조선을 건국했던 삼봉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우리나라 성리학의 거봉이었던 퇴계 이황이 군수로 재직하면서 성리학을 궁구(窮究)했던 곳이며, 성리학의 전당이라고할 수 있는 소수서원이 있는 곳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영주가 이분들을 우려먹고 다려먹고 재탕 삼탕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러니 어쩌랴 아무리 언급해도 오히려 부족하니 방법이 없다.

오히려 필자는 이쯤에서 영주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확실한 정체성 하나는 가지고 살것을기대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것마저 빼앗길 수 있다.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우리가 언급하고 있는 분들은 영주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랑하고 있는 인물이며 이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재탕삼탕이 아니라 오탕육탕이라도 해서 영주사람들 뼛속 깊이 이분들의 인문학적 깊이가 새겨져야 마땅하다. 일찍이 국가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라는 소멸했다. 하물며 한 도시의 명멸이야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말 그대로 끝장나는 것이다.

육화라는 말이 있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뚜렷이 나타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 민족이나 서양 사람들을 보면 종교가 그들의 몸에 육화 되었다. 생각도 변하고 사상도 변하며 종교도 변한다.

그러나 육화된 것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몸에 배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과 같다. 이제 유학의 메카 영주는 성지임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육화하기 위한 몸짓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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