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착각이다. 늙지 않았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노화는 쇠락이 아니다. 몸에 나타난 변화일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하고 자율성을 부추기며 적극적으로 분별력을 키우자.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렇게 나이를 근거로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살아가는 편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나이를 인정하고 노화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건강과 질병의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의 부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늙는다는 착각’을 저술한 하버드대 심리학의 거장 엘렌 랭어의 말이다. 랭어는 요양원 거주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군 노인에게 각자 돌볼 화분을 선택하고 화분을 방 안 어디에 둘지, 언제 얼마나 물을 줄지까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게 했다.
요양원 노인들이 직접 세상과 맞부딪침으로써 통제력 있는 삶을 살도록 한 것이다. 대조군에서는 실험군과 같이 화분은 지급하되 노인들에게 스스로 결정하지 않도록 하고 요양원 직원들이 돌볼 것이라 했다. 18개월 후 실험군 집단이 훨씬 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민첩해졌음을 확인했다.
이 책을 꿰뚫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다. 엘렌 랭어가 2015년에 ‘마음의 시계’에서 소개했던 연구로 세계 심리학계를 뒤흔들었던 실험이었다. 심리적인 시계를 되돌렸을 때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7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의 어른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실었다. 일주일간 조용한 시골집에서 함께 지내며 20년 전의 생활로 돌아가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옛 수도원을 단장해 1959년의 복제품을 만들어냈다. 선정된 노인들이 20년 전의 삶을 살도록 고안했다.
1959년의 풍경으로 가득 꾸며진 집에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 발사 장면을 흑백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과 공산주의 등 1959년 당시의 시사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며,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를 듣고 1959년의 영화를 보았다.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 없이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서부터 요리와 설거지, 청소 등 그간 하지 못했던 육체적 활동을 하며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게 한 것이다.
일주일간의 은둔 생활을 끝낸 뒤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했는데 육체를 지배하는 마음의 힘이 정말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됐으며 좋은 의미로 체중이 1.5 킬로그램 향상되었다.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참가자들은 현저하게 더 젊어졌다. 관절 유연성과 손가락 길이,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랭어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서 생물학이 곧 숙명이라는 믿음을 멀리하게 되었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우리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늙는다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대부분 사람은 정리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늙는 것에 대해서 순응해야 하며,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세상에 대해서는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마음을 비워가면서 삶보다는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평소 생각한 대로 노화를 바라보고 삶을 바라본다면 노화를 바라보는 랭어 교수의 탁월한 시각과는 거리가 있다. 랭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통제력을 가지고 의식을 집중하도록 했다.
물론 자기 통제력이 노욕이나 노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비우면서 삶을 달관하되 지신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회적 시계보다는 마음의 시계를 보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안락한 삶을 만들어주기보다는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을 살도록 주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아님을 ‘늙는다는 착각’은 역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