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28] 사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28] 사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2022. 07. 21 by 영주시민신문

이제 사진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사진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사진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가 됐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사진을 남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사진의 비중이 커졌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뒤바꾼 사례도 가끔 있었다. 독수리 한 마리가 굶주린 아이를 노려보는 사진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세상을 뒤흔들었으며 온 세계가 기아 문제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진의 위력은 대단하다.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이 되는 물체를 피사체라고 하는데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피사체가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피사체를 통해서 사진작가는 아름다움과 함께 자기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따라 선호하는 피사체는 다르다. 필자는 누가 인물사진이라도 찍어줄 양이면 긴장감에 얼굴 근육이 굳어지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을 가거나 등산이라도 갈 때면 인물 사진보다는 자연 현상이나 사물을 주로 찍는다.

사진에 대한 이런 왜곡된 생각을 바꾸어 준 사람이 있다. 여행작가이면서 여행사진가인 양영훈은 사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사람이 없으면 생동감이 없다고 하면서, 길이나 계곡 사진, 다양한 자연 현상을 찍은 사진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비교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없는 사진은 그만큼 생동감이 없어 보였고 사진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사진 속에 화룡점정처럼 담겼을 때 의미의 울림이 얼마나 큰 지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우리같이 사진에 문외한인 사람이 사진 예술의 기준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사진가의 취향이나 작품 경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감동의 요소 또한 다양하다. 거기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진 속에 사람이 있고 없는 것 또한 사진작가의 메시지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문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여행작가의 말은 사진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는 듣는 귀에 머물렀을 뿐이다.

며칠 전 백 삼 세인 김형석 교수의 한 라디오 인터뷰가 있었다. “젊었을 때는 꿈이 좀 많지요. 이제 내가 몇 해를 더 살겠다고 생각하면서 내 꿈은 없어지고 사회의 꿈을 가지게 됐지요. 사람은 사회의 꿈을 가지면 더 강해져요. 젊었을 때는 꿈이 나를 위해서만 있었다면 이제는 점점 더 사회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사회를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으로 보면 사회의 꿈을 가진다는 것은 바로 사람들을 위한 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노교수의 백 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회의 꿈을 꾸면 강해진다는 말씀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도서관의 몇 십만 권의 장서와 맞먹는 노교수의 지혜에서 우러난 말이라서 그런지 울림이 크다. 사회의 꿈이란 결국 사람을 향한 꿈을 꾸라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를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강하고 감동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로 눈을 돌린다. 강하게 보이기 위해 털을 세우고 몸에서 가시를 내 방어를 하고 사람 사이에서 자신을 은폐하면서 자기 나름으로 성을 쌓으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노교수께서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사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나 노교수께서 사회의 꿈을 가지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를 다루었을 때 감동이 있고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감동이나 힘은 나이의 문제도 아니고 빈부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살아갈 때 거기에 힘이 있고 감동이 있다. 하늘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며 사람들은 거울을 보면서 몸을 가다듬고 함께 살아갈 때 감동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