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4] 서천의 벚꽃 단상 <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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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4] 서천의 벚꽃 단상

2022. 04. 15 by 영주시민신문

서천의 벚꽃이 만개했다. 많은 시민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벚꽃 구경을 하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들 마음도 즐겁다. 이제 서천 벚꽃도 영주의 명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벚꽃 경치가 좋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서천도 어디 벚꽃 못지않다. 서천의 벚꽃이 예쁘다고 하면 서원로나 경북전문대에 핀 벚꽃이 섭섭하다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영주의 벚꽃 중에서는 서천의 벚꽃이 제일이요, 서천 중에서도 서천교에서 영주교에 이르는 벚꽃을 으뜸으로 치고 싶다. 벚꽃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벚꽃의 풍성함을 떠나 벚꽃과 소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는 품이 다른 곳과는 차별이 있다.

서천교에서부터 영주교에 이르는 강둑 길 양옆으로 소나무와 벚나무가 긴 줄을 이루고 있다. 평소에는 소나무와 벚나무가 있구나 하면서 별 생각 없이 걷는 산책길인데 벚꽃이 피면 풍경의 의미가 달라진다.

한 여름 같으면 녹음이 우거져서 그냥 푸르기만 한 소나무와 벚나무인데 벚꽃이 피면 오른쪽에는 화려한 흰빛으로 빛나는 벚꽃과 왼쪽에는 푸르른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면서 색깔의 대비가 그보다 더 예쁠 수가 없다. 길 양쪽에 벚꽃만 있는 길보다는 아름다움이나 조화로움이 훨씬 더함을 알 수 있다.

소나무는 불변성을 의미한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라는 말이 있듯이 소나무는 겨울에도 청청하게 푸르게 있어 변하지 않는 사람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에 나오는 가사도 소나무의 기상과 불변성을 노래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세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불변을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나무를 예찬하는 글이 많은 것이다.

이에 비해 벚꽃은 순식간에 피고 순식간에 진다. 만개의 순간에는 한꺼번에 피었다가도 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한순간에 모든 꽃잎을 날려 버린다. 다른 꽃에 비해 벚꽃은 필 때도 숨이 멎을 듯이 한꺼번에 만개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떨어지는 모습 또한 미련 없이 작은 눈송이가 강물에 몸을 날려 소멸하듯이 몸을 날린다. 그래서 김훈은 “벚꽃의 죽음은 풍장인데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그 순간이 벚꽃의 절정이다.”라고 했다. 피고 지는 벚꽃은 정말 순간성의 극치라고 하겠다.

소나무와 벚꽃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은 불변성과 순간성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 불변성도 중요하지만 벚꽃의 아름다움처럼 순간성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불변하는 것은 의지적이어서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나 지루할 수가 있으며, 순간적인 것은 가벼워서 믿음이 없게 보이기도 하지만 타오르는 불처럼 확산해 가는 힘이 가히 짐작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할 수도 있다. 그러니 소나무의 불변성도 필요하고 벚꽃의 순간성도 함께 해서 순간성과 불변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것이다.

미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가장 위대한 시인은 양쪽 극단에 있는 것을 통합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판소리를 보면 비장함과 해학이 어우러진다. 흥부의 아들이 너무 가난해서 멍석 아래서 대소변을 보는 장면은 매우 비극적이지만 웃음이 있는 해학적인 표현이 함께 해서 독자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준다.

불변성을 상징하는 소나무와 순간성을 상징하는 벚꽃은 양쪽 극단에 있다. 서천은 양쪽 극단에 있는 것을 함께 어우러지게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서천은 바로 위대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래 인재에게는 조화와 공감이 정말 중요하다. 서천은 우리들에게 조화와 공감의 의미를 던져준다. 늘 산책하면서, 운동하면서 다니는 길이지만 한번만 눈여겨보면서 조화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소나무와 벚나무가 조화롭게 길을 만들고 서로 공감하면서 서천 바람을 맞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조화롭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부끄러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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