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선정(臥仙亭)은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골띠마을이라는 첩첩 산골에 꼭꼭 숨어 있는 정자이다. 1635년 두곡(杜谷) 홍우정(洪宇定)이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532호로 지정되어있다.
꼭꼭 숨겨둔 것 같은 정자인 만큼 세간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자로써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두루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정자이다.
와선정이라는 이름은 주변의 경치에서 따왔다고 한다. 즉, 덕이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사덕암(俟德巖) 바위, 사덕암을 타고 떨어지는 은폭(銀瀑)이라는 폭포, 그 남쪽 지척에는 신선이 누은 듯한 바위 형태가 여유로운 보여 와선대(臥仙臺)라 칭하였는데, 그런 와선대 위에 정자를 살짝 얹어놓으니 자연스럽게 ‘와선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로 옆을 흘러내리는 폭포는 대단한 크기의 폭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늘지도 않아 사시장철 적정 수량을 갖춘 은색 폭포가 몸을 뒤틀 듯 뛰어내려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이 냇물로 흘러가고 있고, 제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임무를 완수하려는 듯한 바위들은 모두들 듬직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한편, 이미 고목 반열로 들어선 몸통 굵은 소나무들이 전자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면서 와선정의 경관은 완성되어 간다. 그 중심 자리에 와선정이 산뜻하게 올라앉은 모양새이니 정자가 주변의 자연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풍광이라 아니할 재간이 없다.
두 칸짜리 정사각형 아담한 정자 정면에는 판문이 각 칸에 1개소씩 설치되어 있는데, 특히나 시냇물과 면한 후면에는 세살분합문이 들어열개식 문으로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지 냇물과 대면할 수 있는 설계이다. 즉, 바깥에 펼쳐지는 온갖 자연을 언제든지 방안으로 불러들일 채비를 죄다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와선정은 누워도 쉽게 잠들 수는 없는 그런 깜찍한 풍광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 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 깊은 정자에 속한다.
와선정(臥仙亭)은 두곡(杜谷) 홍우정(洪宇定)이 지은 정자로서 잠은(潛隱) 강흡(姜恰), 각금당(覺今堂) 심장세(沈長世), 포옹(抱翁) 정양(鄭瀁), 손우당(遜愚堂) 홍석(洪錫)이 함께 소요하면서 지내던 곳이다. 이들은 1636년(인조 15) 병자호란이 감내하기 어려운 항복의 치욕으로 끝나자, 모두 피나는 아픔을 씻기 위해 벼슬의 뜻을 버리고 산골 오지인 태백산 아래 향리에서 은거하며 대명절의(大明節義)를 지킨 올곧은 선비들이다.
다섯 선비가 모두 그리 멀지 않은 지근(至近)에 살고 있었으므로, 치욕의 한을 달래기 위해 자주 이곳에 들러 시국을 논하는 한편, 시회(詩會)도 열고, 우의를 다지면서 지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 다섯 선비를 일컬어 태백오현(太白五賢)이라 불렀다.
당시 잠은은 법전의 버쟁이에 은거했으며, 각금당은 법전 모래골에, 포옹은 춘양 도심촌에, 손우당은 춘양 소도리에, 두곡은 봉성 뒤디물에 은거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들의 자취가 흐려진 뒤에도 이들의 후손들이 정자를 중수하고, 매년 이곳에 모여 선조의 덕을 기리고 있다. 태백오현의 후손들은 하절기 중복과 음력 11월 9일을 정일(定日)로 하여 모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조상들의 덕을 기려 혈육보다 더 끈끈한 정을 나누며 근 40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