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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1] 부석사에서 온 의상대사의 편지

2022. 03. 28 by 영주시민신문

김선생, 오늘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산을 바라보네. 가끔은 삼층석탑 앞에 서서 소백 능선을 바라보기도 한다네. 무량수전에서 보는 풍광도 좋지만 삼층석탑에서의 조망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네. 물론 극락으로 상징되는 무량수전이 있기에 그 아름다움과 깊이가 배가 되기도 하지만 말일세.

삼층석탑에서 소백산을 보면 곡선으로 휜 무량수전의 추녀마루와 추녀 끝이 살짝 보인다네. 앞에 안양루가 다소곳이 앉아 있고, 그 사이에 석등이 보일 듯 말 듯 서 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인데도 왠지 멀찍하여 아스라한 느낌이 있는 것이 까마득한 서쪽 땅 정토를 보는 듯도 하네.

통과의례라는 말이 있다네. 통과의례의 공간은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새로운 또 다른 영역으로 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문무대왕의 명을 받아 부석사를 창건할 때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와의 전쟁으로 무척 어지러운 때였지.

통일이 되었다고 하나 고구려, 신라, 백제의 백성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심히 어지럽게 살아가고 있는 때였네. 혼란함이 극에 달하니 통과의례도 이런 통과의례가 없었지. 통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하나가 되어 서로 어우러지며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라고 하겠는가?

안양은 극락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안양문은 극락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네. 안양문의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갑자기 무량수전이 떡 버티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극적인 통과의례라고 해도 말은 되겠네.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를 지나가면 무량수전과 같은 아름다운 세상이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지.

원융(圓融)이란 말이 있네. 서로 다른 존재가 타고난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라네. 비록 지금은 혼란스럽고 서로 싸우며 티격태격하더라도 언젠가는 극적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어우러지는 소망을 무량수전은 담고 있는 것이지.

어느 시대에나 갈등은 있는 법이라네. 갈등이 없는 세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넘어서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도를 찾아가는 것이겠지. 부석사는 이런 우리들의 소망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네. 먼저 서로 다른 존재의 속성을 인정해야지.

요즘 사람들이 흔히 쓰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네. 부석사도 산지형 가람이니 돌 하나, 나무 하나, 산비탈까지도 보살폈으니 서로 다름을 보살폈던 것이지. 그냥 베고, 버리고, 파서 평평하게 건축하는 게 아니라 봉황산의 모습을 잘 지켜가면서 가람을 배치해 가는 것이었네.

삼층석탑에 서서 소백산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석양 무렵에 노을이 붉게 타다가 막 명멸하기 직전 시간이면 더욱 좋겠지. 앞산이 뒷산을 가리지 않고 뒷산이 앞산을 억누르지 않아, 그냥 잘난 척 떡 버티는 산봉우리가 하나도 없다네. 산은 하늘을 침범하지 않고, 하늘은 산을 짓누르지 않는다네.

저기 보이는 소백산과 그 자락에 영주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저 멀리 보이는 저 모습을 어찌 세속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저 산 아래에서 밥 짓고 일 하며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을 세속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석축에는 잔돌과 큰 돌이 어우러져 있다네. 잔돌과 큰 돌이 나름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어우러지는 게지. 가람 배치를 할 때는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화엄사상을 나타내야 했으니 쉬운 일은 아니었네. 자연은 자연대로, 가람은 가람대로 노닐면서 뜻을 펴는 것이지.

아스라이 펼쳐지는 소백산 풍광은 땅은 하늘이요, 하늘은 땅이며, 전체는 하나요, 하나는 전체라는 뜻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는 슬픔과 기쁨을 넘어서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네.

집단지성이란 말이 있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여 쌓은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지성이란 뜻이네. 오늘 보낸 편지 내용처럼 상생과 조화로움이 영주사람들에게 집단지성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현실에서 구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나 어쩌면 우리 시대 부석사의 또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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