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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김신중(시인)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8] 다시 생각하기

2022. 03. 07 by 영주시민신문

우리가 생각의 씨앗을 뿌리면 행동의 열매를 얻게 되고,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를 얻는다. 습관의 씨앗은 성품을 얻게 하고, 성품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스티븐 코비가 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말이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습관은 삼겹줄과 같아서 쉽사리 변하지 않고, 인격이 되고 운명이 된다는 것이니, 정말 습관을 잘 길러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문제는 습관의 출발점이 생각이라는 것이다. 생각 때문에 불면증에 고생했던 적이 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한 생각은 밤을 꼬박 새우게 했다. 뇌가 행주라면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넣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의 생각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가를 처음으로 깨달았던 시간들이었다. 컴퓨터는 리셋하여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사람의 생각은 그렇지 못하다. 잘못된 생각이라 해서 우리의 생각을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니 행동이나 습관, 인격을 바꾼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들의 많은 일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겪고 있다. 확진자가 바로 옆에서 속출한다. 등교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출근을 하기는 하지만 늘 불안하다.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는 해도 어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무엇보다 생활의 제약이 많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즐기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세상은 쏜살같이 빠르게 변하는데 코로나가 휩쓸고 있는 지난 2년간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정신이 없다. 아직 우리의 생각은 2020년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우리 앞에 떡 나타날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분들이 한두 사람이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시장에 가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배달이나 택배에 익숙해 갈 정도로 우리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의 ‘다시 생각하기(THINK AGAIN)’에서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도구들 가운데 어떤 것,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가장 소중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버릴 시점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지혜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냄비 속의 개구리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뜨거운 냄비에 개구리를 넣으면 튀어나오지만 찬물이 든 냄비에 넣고 천천히 수온을 높이면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천천히 데워지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니 뜨거워지며 몸이 불편한 순간 개구리가 튀어나오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실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사정이나 변하는 속도를 보면 ‘바로 이거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것은 오만함이 되기 싶다. 그랜트는 오만함은 무지에 확신을 합한 것이라고 하면서 겸손함이 인생의 경험을 흡수해서 이것을 지식과 지혜로 바꾸어놓는다면, 오만함은 인생의 경험을 튕겨내는 고무 방패라고 했다. 코로나가 만든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서 우리들의 생각 앞에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겠다. 지나간 일상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말고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제 그랜트의 말을 빌려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예전에 단호하게 결심하고 수행하던 것들을 다시 곰곰이 살펴보고, 현재 내리는 의사결정에 의심을 품으며, 호기심을 발동시켜 미래의 계획을 다시 상상하는 데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다시 생각하기는 이렇게 우리를 해방시킨다. 다시 생각하기는 한층 더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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