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18] 포로가 된 자인당의 불상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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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 (전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18] 포로가 된 자인당의 불상

2021. 11. 04 by 영주시민신문

부석사를 다녀가는 상당수 관광객이 무량수전 앞에서 관람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힘을 내 조사당까지 올라온 사람들도 선비화를 마지막으로 부석사 관광을 종료하고 바로 하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석사 관람의 종결은 자인당(慈忍堂)이다. 여기에도 훌륭한 문화유산인 보물 3점 불상이 봉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석사에는 국가문화재가 너무 많아서일까? 여느 산속 깊숙한 곳의 1점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하여 수천 리를 달리는 수고에 비하면, 자인당까지의 수고는 수고 축에도 들지 않을 텐데…. 자인당은 무량수전에서 보면 뒤편 높은 산 중턱에 속하나, 조사당에서 보면 같은 높이이다. 조사당 서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50m 정도만 가면 한 영역을 차지한 응진전(應眞殿), 자인당, 단하각(丹霞閣)이 온종일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커다란 나뭇등걸 사이로 빠끔히 들여다보이는 이곳, 이쪽 영역에서 첨 만나는 전각은 응진전이다. 자인당과 함께 거의 일렬로 남향하여 일곽(一廓)을 이루고 있는 응진전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나한(羅漢)들을 안치한 전각이다. 석가삼존불과 16나한상이 안치되어 있다. 16나한은 수행이 완성되어 이미 성자(聖者) 반열에 오른 나한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성자 반열이기에 사찰 중요 전각인 응진전(殿)에 봉안되는 것이다.

그 옆 자인당에는 3구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들 중 중앙 불상은 석가모니불이며, 양쪽 두 불상은 비로자나불로 알려져 있다. 이 3불상은 모두 국가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는데, 공식 명칭으로는 중앙 불상이 <부석사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1636호)>으로 2010년에 보물 지정이 되었고, 양쪽의 비로자나불 2구는 <영주 북지리석조여래좌상(보물 제220호)이라는 이름으로 1963년 일찌감치 보물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석가모니의 제자들을 나한전이라는 전각(殿閣)에 안치하여 예우하는데, 석가모니불을 포함하여 불상을 3구나 안치하고도 자인당은 한 단계 아래인 당(堂)으로 편액(扁額)되어 있다. 무슨 까닭일까?

우리 한옥은 일반적으로 8단계(殿, 堂, 閤, 閣, 齋, 軒, 樓, 亭)로 서열을 정리한다. 그래서 임금 반열로 인정받는 세계의 성인들은 한옥의 최고 단계인 전(殿)에 안치되어야 격에 합당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법당은 원래 불상 안치 목적이 아니라 선방의 용도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자인전’이 아니라 ‘자인당’으로 불리어 오던 법당이다. 그 후 동쪽에서 옮겨온 불상을 안치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이곳 자인당에 배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좀 억울한 점이 없진 않지만 어쩌겠는가.

자인당의 자인은 원래 석가모니 부처를 자인대사(慈忍大師)라고 한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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