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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 (전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17] 성학십도(聖學十圖) 판목의 명암

2021. 10. 22 by 영주시민신문
성학십도 판목 (소수박물관)
성학십도 판목 (소수박물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은 크게 자연유산, 문화유산, 기록유산으로 나뉜다.

책자나 판목 등은 기록유산에 해당한다. 세계기록유산(世界記錄遺産, Memory of the World)은 인류 대대손손 길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대상으로 한다.

기록의 내용보다는 기록물 자체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게 꼽는다는 뜻이다.

성경이나 코란, 불경 같은 책들은 기록유산에 없다. 그런데 성경과 코란, 불경의 오래된 판본은 세계유산에 등재된다. 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유네스코는 2년에 한 번 새로운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을 받는다. 각국이 유네스코에 신청할 수 있는 유산은 한 번에 최대 2건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기록유산 16건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 4위(아시아 1위)에 해당한다.

<훈민정음(1997)>,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대장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KBS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한국의 유교 책판(2015)>, <조선왕조 어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그것이다.

목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로는 <팔만대장경>과 <베트남 응웬왕조> 목판에 이어 <한국의 유교 책판>이 3번째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목판으로 치면 <한국의 유교 책판>이 세계 최초인 셈이다.

<한국의 유교 책판>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전국에서 수집한 305개 문중의 6만4천여 장의 목판이다. 1460년 청도에서 판각된 배자예부운략(排字禮部韻略)부터 1955년에 제작된 책판까지, 거의 600년을 자랑하는 판각에서부터 이제 60년을 겨우 넘긴 목판까지 종류가 다양하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책판은 대부분 민간에서 관리했다. 어떤 가문이 보관하느냐에 따라 운명도 달라졌다. 어려운 집안에서는 땔감으로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집안에서는 글자의 요철(凹凸)을 활용하여 빨래판으로 쓰기도 했다.

이런 한국의 유교 책판이 2003년부터는 온·습도가 자동조절되는 목판 전용시설인 국학진흥원 ‘장판각’에 보관(위탁)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판목들은 <한국의 유교 책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다. 2015년 10월이다.

반면, 영주시에 기증된 「성학십도(聖學十圖) 판목」은 현재 소수박물관 수장고에 깊숙이 보관되어 있다. 성학십도는 퇴계 이황이 평생의 학문을 정리하여 새로 등극한 어린 선조에게 지어 올린 5장(10면)의 도식(圖式)이다. 이를 이산서원에서 목판(1750년)으로 만들었고, 그간 여러 문중을 다니면서 전전긍긍하다 2004년 괴헌고택이 영주시에 기증하였다.

제작기법이 정교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라서 2006년부터 10년이 넘도록 국가문화재(보물)로 신청하고 있지만, 아직도 지방문화재를 넘지 못한 수준으로 뒷방차지를 하고 있다. 진작에 국학진흥원에 기탁된 그보다 못한 판목들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데 비하면 너무 푸대접인 꼴이다. 그렇지만 혈혈단신 5장의 판목만으로는 세계유산으로 진입 가능성이 너무 어려워 보여 현재로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그와 궤를 같이하여, 현재 한글박물관·국학진흥원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내방가사의 세계기록유산 신청 목록에 “영주의 내방가사’가 아예 빠져있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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