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 전쯤 독일의 지리학자 크리스탈러가 도시의 ‘계층구조’라면서 소위 「중심지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자국에서보다 주변국들의 환영을 받으며 전 세계로 불길처럼 퍼져나갔다.
중심지(central place)는 말 그대로 ‘어떤 일의 중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점’을 말한다. 원래는 중심업무지구(CBD)로 출발했지만, 차츰 관광산업 등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지점의 중요성 강조를 위한 랜드마크가 만들어지는 등, 오늘날 전 세계 도시구조의 일반화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 행정, 상업, 산업, 교통, 교육의 중심지에다 관광의 기능까지 추가한 것이다.
자유여신상, 에펠탑이 세계의 랜드마크로 일찍 자리 잡았고, 최근 아라비아반도를 수놓은 두바이건축물 등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보다 규모가 못한 도시들도 구겐하임미술관, 가이젤도서관, 마르크탈시장, 산타마을 등으로 세간의 이목을 노리고 있으며, BMW, 구글, 알리바바, 애플 등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들은 독특한 디자인사옥에다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강남은 파도치는 듯한 개성 건물이 아니면 임대가 어렵다고 한다. 해운대아이파크, 하남시유니온타워, 용산외국인임대아파트 앞에서는 탄성이 나온다.
그리고 아사달조각공원, 솔거미술관, 포천아트벨리, 산정조각공원을 찾아가 마음을 식히고 돌아온다. 이탈리아 트리하우스를 닮은 홍대 플래그십스토아를 부러워하고, UFO를 연상시키는 서울식물원과 가슴을 콱 찍어 내리는 경북도청 로비의 붓 한 자루를 보면서 우리 영주는 왜 선비(갓)가 형상화된 우주선을 못 그리는가를 반문하게 된다.
온 천지가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시키는 동안, 국내에서도, 평택항 콜드체인, 완도 해양치유, 평창 세계전통문화, 익산 세계식품시장, 군산 친환경전기차가 중심지를 외치고 있다. 하다못해 의정부는 ‘코딩교육’, 전주 삼례는 ‘우리나라 옛길’ 중심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영주의 무엇으로 중심을 삼을 것인가? 어디가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외지인들은 “영주는 소수서원, 부석사에 갇혀 있다”고들 한다. 무섬의 외나무다리를 건넌 사람들은 회룡포‧삼강마을로 황급히 달아나고, 아침나절 소수서원, 부석사를 들른 관광객들은 서둘러 단양팔경으로 떠난다고 한다. 마구령터널 준공이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한다.
소위 ‘명동거리’로 불렀던 구시가지의 중심은 50년 전 신영주로 이사 갔고, 그간 변변히 중심지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던 신영주가 최근 다시 가흥택지로 옮겨가는 경향이어서 지금 영주는 어느 곳도 중심지라고 내세울 만한 곳이 없게 되었다. 이른바 춘추전국 주변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테면 중심지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영주의 중심지 작업은 시급한 것이다. 외지의 관광객을 중심으로 유혹할 랜드마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랜드마크는 눈이 번쩍 뜨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영주는 중심 삼을만한 곳에 30~40층 건물을 세울 땅은 이미 남아 있지 않다. 구성공원, 구학공원, 구수공원의 소위 거북이 3형제가 아슬아슬하게 남았을 뿐이다. 지금은 이거라도 연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곳은 외지관광객이 들어올 수 없는 교통의 섬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이 세 곳이 모두 여러 가지 스토리로 실타래처럼 얽혀져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잡아두기에 좋은 곳이라는 판단이다.
원래 삼판서고택이 있었던 구성공원은 삼국시대 이전 영주가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학공원에는 복원된 삼판서고택과 제민루가 있고, 그 아래 한절마 석불입상 등 국가적 보물이 소재하고 있다.
건너편 구수공원은 영주문화원과 문화예술회관, 도서관 등이 들어서면서 영주문화의 중심지가 가능한 곳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다리로 이것들을 연결하고, 구수공원 꼭대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듬직한 선비(또는 삼봉)상(像)을 세워 서천을 응 시하게 한다면 시민들이 얼마나 든든해할까?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가 추가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서천을 건너는 다리가 부족해서 또 다리를 놓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눈이 확 모일 수 있는 중심 랜드마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건너기 불편한 다리가 되는 한이 있어도, 1분 만에 쏙 지나는 다리가 아니라, 10분 또는 1시간을 머물며 심신을 회복시키고 자긍심을 키우는 명물 공간을 위해 북카페 외에도, 북큐브집현전, 나랏말ᄊᆞ미도서관, 훈민정음아파트가 연결되는 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