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09] 「랜드마크」는 필요하다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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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 (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09] 「랜드마크」는 필요하다

2021. 06. 18 by 영주시민신문

⌈랜드마크(landmark)」란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뜻이 확장되어 건물이나 문화재,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때 쓰는 용어로 굳어졌다. 한마디로 딱 보면 알 수 있는 대형 마스코트를 말하는 것이다.

잉카 문명의 유적인 ‘마추픽추’는 오랜 역사가 독특한 문화 ⌈랜드마크⌋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너도나도 세기적인 ⌈랜드마크⌋만들기 경쟁에 나섰다. 삼성건설의 세계 최고층 ‘브르즈 할리파’ 건물이 그렇고, 무려 138년째 공사가 진행 중인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그렇다.

자유의여신상
자유의여신상

아랍에미리트 할리파 국왕의 뚝심으로 두바이에는 새 신화가 창조되고 있고,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이미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을 바르셀로나에 불러들이고 있다.

세계의 ⌈랜드마크⌋는 공통적으로 규모가 큰 게 보통이다. 그렇기에 기존 높이를 경신하면 곧바로 ⌈랜드마크⌋가 된다. 그렇다 보니 슈퍼 마천루의 건설은 모든 국가의 열망이 되었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인도의 타지마할처럼 짓는 것만으로도 당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면서까지 랜드마크를 설치한 거대한 공사도 있었다.

국내의 ⌈랜드마크⌋경쟁 또한 혈안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청량산 하늘다리’의 활약상을 귀가 솔도록 들었고,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린 단양군민들의 자긍심이 산꼭대기에 올라섰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포천 ‘아트벨리 조각공원’, ‘완도 타워’, 장성 ‘엘로우 게이트’, 강구 ‘해맞이공원’,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등 전국의 ⌈랜드마크⌋는 수두룩하다.

외국에 비해, 국내의 ⌈랜드마크⌋작업은 저항이 훨씬 더 심했다. 서울의 롯데타워가 그랬고, 부산의 광안대교가 그랬다. ⌈랜드마크⌋는 사업 그 자체를 흑자로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처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주변 사업이나 이미지 개선, 주민의 자긍심 등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을 합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주시에서도 삼판서고택이 있는 구학공원에서 건너편 문화예술회관을 연결하는 보행교(선비다리)를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를 쓸데없는 짓이라고 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보행교는 당초 ‘정도전마케팅’에서 출발했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국내 최고의 셀럽 관광거리로 손꼽히는 정도전 생가를 중심으로 ‘정도전마케팅’ 도전에 나섰다고 보면 섣부른 판단일까? 제민루나 삼판서고택은 의욕적으로 서천 언덕에 배치되었지만, 그간 접근이 어려웠던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 유배(流配)를 풀어 줄 묘책이 보행교 설치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리고 보행교 이름을 아예 ‘삼봉다리’라고 붙인다면 명분이 더 확실해질 수도 있다.

⌈랜드마크⌋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랜드마크⌋를 지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 규모를 훨씬 키워 제대로 된 ⌈랜드마크⌋보행교를 디자인하고 조명까지 밝혀 시민들의 가슴이 환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자동적으로 도시의 상징이 되면서, 연간 크고 작은 축제가 수십 건 열리는 둔치로의 접근이 원활해지며, 정도전기념관, 정도전인물상 등의 추가 축조가 촉진되면서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삼봉공원>이 만들어져 보행교의 ⌈랜드마크⌋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뉴욕의 ‘자유여신상’이라고 한다. 똑같은 ‘자유여신상’이 뉴욕뿐만 아니라 파리의 센강에도, 도쿄의 오다이바에도 세워져 있다. 그런데 워싱턴DC에 다시 ‘자유여신상’을 추가로 세울 작정이란다. 무슨 까닭일까?

한국방문관광객 선호도 1위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고 한다. 도시도 이제 브랜드시대이다. 영주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영주의 ⌈랜드마크⌋에 사람이 모이는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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