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02] 영주의 「선비정신」을 세계유산으로!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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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배용호의 문화 확대경[202] 영주의 「선비정신」을 세계유산으로!

2021. 03. 12 by 영주시민신문

조선의 「선비정신」은 오늘날의 물질문명과 대비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려 500년 왕조를 이끌어온 선비정신의 저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500년 왕조는 세계사에 그 유래를 찾기 힘든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선비정신이 나라 밖에서 곧잘 주목받아왔다.

바야흐로 「선비정신」의 가치가 세계사로 재평가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특히 꼿꼿한 지조와 기개의 선비 상(像)은 세계화의 길목에서 많은 식자층의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정옥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선비정신」이야말로 한국이 자랑할 대표적인 문화유산임에도, 그동안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선비정신에 대한 재조명이 요청된다”고 말한다.

고려말 불교의 부작용을 경험한 조선은 성리학(性理學)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다. 그래서 조선은 민본주의 이상향을 지향했다. 그 바탕이 선비정신이었고, 그 중심에 정도전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먼저 수양[修己]하고, 남을 다스리는[治人] 그런 사대부를 일생의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한 필수 과목이 문·사·철(文·史·哲) 중심의 인문학이었다. 이런 인문학 사상이 물질문명에 외면당하면서 철학 등은 설 땅이 없어졌다. 이른바 정신없는 세상이 되었고, 일탈이 만연되고 있다.

이에 영주는 ‘선비의 고장’임을 내세워 시대를 책임질 ‘선비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인문학 르네상스를 꿈꾸며 전국 처음으로 국회에서 ‘선비 도시 선포식’을 치렀고,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서 ‘선비 도시 인증식’도 가졌다.

최초로 ‘대한민국 선비대상’을 제정했고, 관내 초·중학생들에게 선비의 덕목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선비정신실천운동본부’라는 민간단체를 전국 처음으로 발족시켜 실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선비정신의 실천 단계에서 가장 중요시되었던 게 의리(義理)였다. 그래서 선비정신은 곧 ‘의리정신’으로 나타난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절의를 지킨 사육신·생육신은 의리정신의 표상이었고, 순흥은 모범고을이었다. 임진왜란에 선비들은 의병으로 항전했고, ‘의리’에 따르는 순의(殉義)정신을 발휘했다.

병자호란에서도 마지막까지 척화론(斥和論)으로 의리를 나타냈다. 사대부의 이상적인 역할 모델이던 청백리(淸白吏)가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던 세종시대에 가장 많이 배출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로 인해 최근 ‘선비론’이 다시 예찬받고 있다. 정치판이 신뢰가 없고, 사회가 비전을 잃고, 아이들이 일탈하는 등 뭣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절망감이 ‘선비론’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한국의 정체성으로 뭉친 「선비정신」이, 영국의 신사도와 일본의 사무라이를 능가하는 세계정신으로 지구인들에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쟁, 현실 도피 등 일부 부정적인 단면이 선비의 본 모습을 가리고 있지만, 이것이 선비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할만한 대목인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묵묵한 관리들과 고졸한 청백리의 맑은 기운은 어디로 갔는가?

거듭되는 국난과 독립운동의 선봉에서 목숨을 내건 선비들은 공과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화랑의 유오산수(遊娛山水)를 부정의 놀이로 치부할 수 있을까? 작은 이익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더 큰 경지를 찾으려는 안목을 가져야 할 때다.

현대의 물질 사회가 형이하학(形而下學)에 몰두하다 보니 철학 대신 쾌락이 만연되어 건강한 시야를 가리는 것이다. 이러한 눈가리개를 벗겨줄 백내장 수술이 바로 「선비정신」일 것이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한국 교육을 정상화할 소중한 유산이며, 외국으로 수출할 가치를 갖춘 가장 한국적인 세계유산이다. 300년 영국을 이끈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500년 조선을 이끈 ‘선비정신’은 일맥상통한다.

이제 우리의 「선비정신」이 또 한 번의 한류가 되어 무절제한 세상을 정리하는 세계의 정신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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