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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탐방

여근(女根)의 비밀을 간직한 순흥면 청구리 ‘여근동’

우리마을탐방[88]순흥면 청구리 여근동

2015. 12. 24 by 이원식 기자
▲ 여근동 전경

3천 년 전 거석문화 보존 마을
지금은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산촌

순흥면 여근동(널근리) 가는 길

▲ 여근동 표석

순흥면사무소에서 소수서원 방향으로 간다. 선비촌 앞을 지나 단산·부석 방향으로 1km 정도 올라가면 삼막교차로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여근동 가는 길이다.

산촌 길로 200m 쯤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여근동(널근리)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놋점마을이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산과 산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1km 쯤 오르면 산성(山城) 망대 같은 조산정(造山亭) 이란 정자가 보이고, 마을의 집들은 조산정 뒤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마을이 남성을 설레게 한다는 여근동이다.

지난 6일 오후 여근동(女根洞)에 갔다. 이 마을원로 안형기씨 주선으로 노인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 여근동의 숨은 비밀과 마을의 내력을 듣고 왔다.

▲ 옛 우물

역사 기록으로 본 여근동
여근동 지역은 1414년(태종 14) 군현의 행정구역 개편 때 순흥도호부 내죽리(內竹里)에 속했다.

세조 4년 순흥도호부가 폐부될 때 풍기군으로 이속됐다가 숙종 10년(1683) 순흥부 복설로 환속됐다. 1849(헌종 15년) 안정구(安廷球)가 편집한 순흥지(자향지)를 보면 순흥부 내죽면에 있는 마을은 「성북(城北), 속수(涑水), 원촌(院村, 원단촌), 금성(金城, 향교), 옥계(玉溪, 유점), 광문(廣文, 너르기), 송림동(松林洞, 송여골), 덕현(德峴) 등이 있다」고 기록되어있는데 ‘광문’이 여근동이다.

그 후 고종33년(1896년) 전국을 8도에서 13도로 개편하면서 경상북도 순흥군 내죽면 청구리에 속했다가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 영주군 순흥면 청구리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마을 안형기 씨는 “1950-60년대에는 80호에 400명 이상 살았으나 지금은 25가구에 50여명이 산다”고 말했다.

▲ 여근곡 원경

지명 유래
조선시대 역사서에는 마을 이름이 광문(廣文)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입구는 좁지만 골 안쪽은 넓어서 넓을 광(廣)자에, 옛 선비(귀양 온 선비로 추정)가 글을 읽던 마을이라 하여 글월 문(文)자를 써 ‘광문’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광문’은 조선 후기 무렵 행정구역을 정비할 때 마을의 지형과 내력에 의해 한자어를 붙여 이름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마을에서 구전(口傳)되어 온 동명은 여근동(女根洞) 또는 늘근리(늘그이)이다.

여근(女根)이란 여자의 성기(性器)라는 뜻이다. 이 마을 뒷산에 여근곡(女根谷) 또는 여근봉(女根峯)이 있어 전해 오는 지명이라고 한다.

마을로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상 아래쪽의 지형이 여근과 흡사하여 생긴 이름인데 언제부터 여근이라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을 앞 청구리 입석(남근석)을 연구한 사학자들에 의하면 청동기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여근마을과 입석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학자 또는 문화유산 전문기자들은 “남성들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지명”이라며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 남근석

여근곡과 남근석
여근동 입구 비보숲 속에 일명 남근석 또는 선돌이라 불리우는 돌기둥 2기가 있다.

이 청구리 입석은 선사시대의 거석기념물로 3천 년 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하니 새삼 귀한 보물로 보여 한 번 더 쓰다듬어 본다.[경북민속자료 115호]

남근석(男根石)은 5m 간격을 두고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동쪽의 것은 높이가 210cm, 둘레가 225cm이다. 서쪽은 높이 171cm, 둘레 172cm로 양쪽 모두 자연석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세웠다.

남근의 겉면은 힘차고 투박한 감촉으로 당당한 남성미를 자랑하고 있다. 이 남근석이 저 멀리 여근곡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음양상보(陰陽相補)의 이치에 따른 것’이라 하니 더욱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2기의 남근석이 나란히 서 있는 경우는 아직까지 발견된 예가 없다고 한다. 특히 동쪽 남근석 받침돌에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성혈(性穴)이 여러 개가 파여 있는데 이는 다산을 원했던 옛사람들의 신앙의식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국내서 남근 지대석에 성혈이 있는 곳도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 청구리입석

여근의 비밀은?
청구리 입석은 이 마을이 여근동이라는 것을 보아도 그 역할이 능히 짐작된다. 옛 사람들은 이 마을이 음기가 강해 문제가 있을 것이라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남근의 형상을 지니는 입석을 세워 음기를 누르고 마을의 평안을 얻으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사학자들도 “산 중턱의 모양이 여근(女根) 형상이라서 마을 앞에 남근석을 세워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것 같다”고 했다.

▲ 성황당 남근석

여근동 바로 앞에 있는 서낭당 안에도 높이 1m 정도 되는 남근 2기를 모셔놓았다. 예전에는 돌더미 위에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당집을 지어 마을 동신(洞神)으로 모시고 정월보름날 서낭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산간오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오염되지 않은 전형적인 한국의 산촌이다.

이 마을에 남아 있는 ‘여근’이란 동명과 남근석 그리고 성혈 등은 민속신앙에서부터 남아선호사상까지 긴 흐름을 겪으면서 민초들의 소원은 결국 ‘다산(多産)과 풍요(豊饒)’였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여근의 비밀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했던 민속신앙이다.

▲ 성혈(性穴)

조산(造山)과 금성대군길
마을 앞 조산정은 지역 내에서 가장 전망 좋은 정자로 손꼽는다. 이 정자 자리가 망대(望臺) 같기도 하고 문루(門樓) 같기도 하다. 안형기 어르신은 “확실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조산이라는 지명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쌓은 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근동에서 단산면 단곡리 두레골 서낭당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마을 윤이승(75, 전 시의원) 어르신은 “정월대보름 때 두레골 상당(上堂, 금성대군당)으로 가는 제례행렬이 순흥을 출발하여 여근동을 지나 당고개를 너머 두레골로 향했다”고 하면서 “금성대군당 가는 이 길을 복원하여 금성대군길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례행렬은 차도를 따라 단산면 단곡1리로 돌아가고 있다.

▲ 메주쑤기

여근동 사람들
박종원(50)반장은 “지금까지 지하수를 먹었으나 시에서 상수도공사를 착공하여 지금 공사 중”이라며 “내년 봄부터는 상수도물을 먹게 됐다”고 했다. 
마을에 들어서니 월동준비가 한창이다. 김장담궈 김칫독 묻는 일에서부터 시래기 매달기, 무말랭이 건사하기, 메주쑤기, 무·파 갈무리하기 등 산촌마을의 해는 짧다.

올해 89세인 박필남 할머니는 꼿꼿하고 정정하시다. “어찌 이리도 건강하시냐?”고 하니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흙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국희(78) 할머니는 “우리마을은 100% 사과농사를 짓고 산다”며 “높은 산에서 나오는 사과는 꿀이 많고 달아 좋은 값을 받는다”고 말했다.

▲ 성황당

마을 뒷산 삼신당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국희(78) 할머니는 “옛 사람들은 삼신할머니가 아기를 점지해줘야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삼신당에 가서 비는 사람이 많았다”며 “여근동에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토속신앙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신점숙(77) 어르신은 “여근동은 순흥에서 제일 먼저 사과나무를 심은(1960년대 초) 마을”이라며 “산이 높고(해발 350m 이상) 볕이 좋아 과일 맛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22살 때 수식에서 가마타고 시집왔다는 김춘식(76) 할머니는 “가마가 집 앞에 도착하니 바가지 북소리가 ‘둥둥둥’ 들리고, 짚단에 불을 피워 액운을 쫓는 의식으로 가마가 불을 타넘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며 “이는 순흥 지방의 전통풍속”이라고 말했다.

우순희(72) 할머니는 “지금 우리마을은 메주 쑤기가 한창”이라며 “올해도 메주 서 말 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강춘옥(67)·정순녀(64)·이금년(63)씨는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새댁들이다. 그래서 경로당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마을행사, 건강교육, 영농교육 등을 주관하면서 소득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여근동 연락처 마을회관 010-8805-2944/산마루사과작목반 010-8639-7890

<순흥면 청구리 여근동 사람들>

▲ 안형기 마을원로
▲ 박종원 반장

 

 

 

 

 

 

▲ 박필남 할머니
▲ 이국희 할머니

 

 

 

 

 

 

▲ 신점숙 할머니
▲ 김춘식 할머니

 

 

 

 

 

 

▲ 우순희 할머니
▲ 강춘옥 씨

 

 

 

 

 

 

▲ 정순녀 씨
▲ 이금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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