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시민들이 행복하면 사람들이 찾아온다’

경북 영주 찾아가는 배민아카데미 수료식
경북 영주 찾아가는 배민아카데미 수료식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청년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좋아할만한 일자리가 없는 것
행정규제, ‘무엇만 빼고 나머지는 다 가능해’ 네거티브 규제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오면 대기업도 따라 들어와

어디에서 태어나셨나요?

영주의 번영 시절 풍기의 중심가인 성내리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지금도 성내리 골목골목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풍기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니고 서울로 유학을 갔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는 서울에 있을 때 만나곤 했습니다.

지금도 고향을 찾으면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을 만나곤 합니다.

어릴 때 골목대장처럼 친구들과 시내를 찾아 물고기 잡고 금선정에 수영하러 가곤 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친구들과 여러 곳을 쏘다녔습니다.

저는 결혼도 고향에서 하고 싶어 풍기 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작은 할아버지가 장로셨고 할아버지는 집사셨고 어머니가 권사셨습니다. 이제는 부모님 모두 타계하셨습니다. 지난 해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워낙 자기관리를 잘 하시고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셨는지라 100수 하실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고향에 어머니가 계신다는 느낌을 갖곤 합니다.

모범사례기업을 찾아
모범사례기업을 찾아

민간기업인 삼성에 계셨는데 재단법인 경상북도경북경제진흥원(이하 ‘경북경제진흥원’) 원장으로 옮기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행정학과 출신입니다. 제일기획과 삼성전자에 다닐 때에도 퇴직 후에는 고향에 가서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퇴직 후 그동안 미루어왔던 아내와의 미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침 경상북도의 경북경제진흥원 원장 공모 소식을 형님으로부터 받고 응모를 하여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지사님이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행정학과 출신인지라 공직에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우연히 기회가 와서 기뻐서 응모를 하였습니다. 경북경제진흥원 원장 응모 전, 경북 부지사 공모에도 응모하였으나 탈락하였습니다.

이철우 도지사와 함께
이철우 도지사와 함께

경북경제진흥원에서 시행하신 일 중 일화를 하나 소개 부탁합니다.

경북경제진흥원은 여러 사업을 합니다. 사업을 하면 사업 대상인 사업장 점검을 합니다. 문득 안동의 작은 마트의 사업 성공이 생각납니다. 그 마트는 안동대학교 기숙사 뒤편에 있습니다. 솔뫼마트라는 이름의 작은 마트로 70대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수입이 좋은 곳이었는데 근처에 편의점이 생기자 수입이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경북경제진흥원의 지원 전엔 주인이 사업 포기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경제진흥원의 ‘나들가게 사업’ 지원을 받은 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주인인 노부부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그 변화에 대해 꼭 집어서 이야기해주고 실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이 없어서 변화를 못하였다고 합니다. 노부부는 이제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사는 재미가 있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원장님께서 경북경제진흥원에서 하는 사업이 많을 터인데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요?

경북경제진흥원에서 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도와 경제를 진흥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사업꼭지가 100여 개 되고 예산은 1천200억 정도입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을 유입하는 사업을 주로 합니다.

요즘은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사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게 가능한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 해야 합니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산업혁명이 있었고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기계를 부시는 ‘러다이트 운동’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보세요. 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그 전 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일의 강도도 많이 약해질 겁니다. 예전 시골에서 농삿일을 하던 분들은 부부가 하루 종일 들에서 힘들게 일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렇게 일하지 않고도 더 많은 농사를 짓습니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의 양은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영주를 비롯하여 경북은 청년들이 급속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참 걱정입니다. 경북경제진흥원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을 유입하는 사업을 하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방문을 하면 일하려는 청년이 없다 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말합니다. 경북에서 청년이 매년 6천500명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다 코로나 시국에는 매년 2만 명이 빠져나갔습니다. 약 3.5배나 청년유출이 늘어난 겁니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입니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일로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청년들에게는 일도 일이지만 일을 통하여 자기가 성장하고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데 그런 일이 없다는 겁니다. 거기에 기업의 구조와 문화도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입니다. 그런 기업구조와 문화도 바꾸어야 합니다. 청년들에게는 일과 삶의 벨런스가 있는 워라벨이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합니다.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만 그 일자리도 청년이 원하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려면 참 힘들겠습니다. 극히 일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북에는 3만5천개 정도의 제조기반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이 많은 기업을 일일이 찾아 컨설팅 등 지원은 불가능합니다. 좋은 사례를 만들고 찾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사례를 찾아 이 사례를 알리고 따라 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사례 중심으로 하면 현장감이 살아납니다. 실제 중소기업이 그 사례를 보고 자기네 회사에 적용하는 게 강의보다도 훨씬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영주에서 하신 프로그램도 있나요? 소개 부탁합니다.

영주상공회의소와 협조해 소상공인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주관하는 라이브 커머스 교육을 하였습니다. 소상공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영주상공회의소, 경북전문대, 경북경제진흥원이 함께 영주의 청년들이 일하면서 전문학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것도 청년들의 유출 방지 효과를 목적으로 합니다. 영주시와 함께 소상공인들의 환경개선 ‘체인지업 프로그램’, ‘카드수수로 면제 프로그램’ 등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경북경제진흥원 사업을 하다 보면 행정규제와 맞닥뜨릴 때도 많지 않나요?

네. 그럴 때도 있습니다. 법이라든가 조례를 제정하는 방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규제에는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가 있습니다. 포지티브 규제는 ‘무엇 무엇은 되고 나머지는 안 돼’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무엇만 빼고 나머지는 다 가능해’입니다.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하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행정에서는 전례가 없는 게 많아지는 시대입니다.

포지티브 규제를 하면 전례가 없는 건 할 수 없다는 게 되니 일을 하지 않는다는 세평을 받게 됩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행정규제가 많습니다. 이제 행정도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최근에 지자체장과 의원들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많은 후보들의 공약에 대기업 유치가 들어있습니다만

대기업 유치를 하면 공사를 하는데 일자리가 생기고 정상 운영에 들어가면 또 일자리가 생기니 좋은 일입니다. 벤더 회사도 들어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대기업 유치는 힘든 면도 있습니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기업 유치 전이라도 중소기업과 스타트 업 벤처기업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오면 대기업이 따라 들어오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대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인재가 교육 받고 머물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 대기업은 그런 면을 중요하게 봅니다.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인구소멸 지역이 많습니다. 우리 영주도 그런 지역에 속합니다. 쇠퇴 지역이었다가 부흥을 한 사례를 소개 부탁합니다.

스웨덴에 말뫼시가 있습니다. 조선업으로 흥했는데 조선업 쇠퇴로 지역도 쇠퇴하였다가 지금은 매우 모범적 지역이 되었습니다. 말뫼시는 조선업 쇠퇴 후 말뫼 대학을 세우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만들어지기 좋도록 지원 정책을 폈습니다.

말뫼시의 부흥은 우리 지역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줄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실리콘발리입니다. 실리콘발리에 가면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몰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일관된 정책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변화의 시대입니다. 변화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변화는 밑에서 위로, 안에서 밖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고들 많이 생각합니다. 먼저 시민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들이 행복하면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시민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공직자가 변하려면 공직자가 행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까이에서 자연을 느끼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주여건이 좋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도시를 보면 걷는 공간이 많습니다. 15분 정도 걸으면 핵심 시설이 다 있는 파리의 15분 도시처럼 만들면 됩니다. 브라질 꾸리치바도 있습니다. 꾸리치바는 생태도시입니다. 대중교통 중심이고 보행자 공간에 꽃을 심고 특색 있는 상가를 배치하였습니다. 미국의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정주여건이 좋습니다.

전창록 원장 프로필

- 영주시 풍기읍 성내리 출생
- 풍기초등학교 5학년 중퇴, 홍대부고,
- 고려대 행정학과,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과(산업정책 전공)
-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MBA
- (전)제일기획 AE
- (전)삼성전자 상무
- (현) (재)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 저서 : 『다움, 연결, 그리고 한 명』,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공저)』

황재천 프리랜서기자/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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