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형식의 「소수서원지(계묘본)」 발간됐다
1544년 「죽계지」 이후 세 번째… 해설 형식으로 7장 구성 정범진 제자, 김관용·이배용·안병우 등 각계 인사 참여
신재 주세붕 선생이 1543년 창건한 백운동서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지 「죽계지」가 편찬된 지 480여 년 만에 세 번째 소수서원지 「소수서원지(계묘본)」이 세상에 나왔다.
이번에 발간된 「소수서원지(계묘본)」은 2007년 「소수서원지(정해본)」 이후 18년 만이다. 총 784쪽 분량으로 화보 30쪽, 본문 540쪽, 부록 195쪽으로 구성돼 있다. 표지는 정범진 전 소수서원장이 제자(題字)를 썼고, 서원 입구 소나무 숲의 안개 낀 사진(김연교 작가)을 비롯해 소수서원의 역사와 전경을 담은 화보가 책 앞머리를 장식한다.
▲서원의 역사와 정신을 풀어낸 해설 형식
이번 「소수서원지(계묘본)」은 기존 서원지와 달리 해설 중심으로 구성했다. 독자들이 소수서원의 역사와 정신, 의례와 건축, 유물과 운영 체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
전체 내용은 7장으로 나뉜다. 제1장은 창건 과정과 배향 인물, 재정 확보 과정을, 제2장은 서원의 입지와 건축 배경을 담았다. 제3장은 제향 예절과 의례, 제4장은 강학과 향음주례를 다뤘고, 제5장은 국보와 보물, 사적 등 문화재를 정리했다. 제6장은 서원의 운영 규정과 직제 변화, 제7장은 해방 이후 서원의 조직 변화와 도동곡 복원, 세계유산 등재 과정 등을 상세히 담았다.
부록에는 연표와 입원록, 임사록, 집사록, 원규, 정관, 도동곡 악보 등이 실렸다. 후면 표지 안쪽에는 권세환 작가가 촬영한 소수서원 입구 설경 사진이 눈길을 끈다.
김관용 전 소수서원장은 발간사에서 “재임 중 추진된 사업인 만큼 감회가 새롭다”며 “편찬위원회 고문, 위원, 간사님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관리센터 이사장은 “이번 「소수서원지」는 소수서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서원 역사에 큰 경사”라고 평가했다.
▲편찬과정 10여 년… 유림의 정성과 학계의 협력
이번 편찬 작업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유림 측의 자료 추가 요청과 보완 필요성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그만큼 내용은 충실해졌다.
안병우 소수서원 운영위원장은 “유림 모두의 노력으로 「소수서원지(계묘본)」을 발간하게 돼 감격스럽다”며 “일찍이 편집하고 출간 준비를 마쳤으나 때마침 유림으로부터 보유 자료의 추가 편집 요청이 있었고, 그 필요성이 인정되어 보완하느라 부득이 이제(2025년) 발간하게 됐다. 현로(賢勞)를 아끼지 않은 편집위원과 도감, 집필진, 교열·감수위원, 재원 지원에 힘쓴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장환 소수서원지 편집위원장은 “이번 서원지는 원문 인용을 최소화하고 각종 서원지 형식을 참고해 단순하지만 내용을 충실히 구성했다”며 “학계 전문가들의 집필과 편집 노력 덕분에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정범진 전 소수서원 원장은 “소수서원의 역사에 길이 남을 큰일”이라고 평가했고, 박성진 세계유산한국의서원 통합관리센터장은 “읽기 쉬운 형식과 세밀한 구성으로 서원지 편찬의 새로운 전범이 됐다”고 말했다.
「소수서원지(계묘본)」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소수서원의 정신과 전통, 그리고 유림과 지역사회의 정성이 깃든 집단 지성의 결과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