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더 정교해진 사칭 보이스피싱...‘확인’은 선택 아닌 의무다
또다시 공무원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우리 지역이다. 영주시청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지역 건설업체에 접근해 수의계약을 미끼로 소화기 납품을 요구했고, 1천900만 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받아냈다.
피해업체는 시청의 긴급 납품 요청이라 믿고 대금을 송금했지만, 실제 공무원과의 통화로 사기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고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취했지만, 사칭범은 또 다른 계좌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며 2차 시도까지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더 이상 예외도, 우연도 아니다. 올해 들어 영주에서만 같은 수법의 사기 시도가 여러 건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시청 명함을 위조해 방역복 납품을 요구했고, 7월에는 병원장 회식을 빙자해 식당에 고가 와인을 미리 구매하도록 유도한 사례도 있었다. 사기범들은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고, 실제로 있을 법한 계약 명분을 내세워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이런 사기 수법의 공통점은 전화나 문자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문 없는 고액 물품 구매를 요구한다. 시 관계자는 “공문 없는 요청은 시 정책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확인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피해다. 지금은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에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시대다.
사기범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속을 넘어 구조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 4일 영주경찰서가 관련 기관들과 간담회를 열고 실시간 정보 공유와 경고 문자 발송 체계를 논의한 건 시의적절했다. 유관기관 간 핫라인 구축과 지속적인 홍보 강화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래 전에 ‘직접 확인’하는 일이다. 시청을 사칭한 납품 요청은 무조건 의심부터 해야 한다. 시청이나 경찰도 반복되는 사기 유형과 대처 요령을 지역 업체와 시민에게 주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는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서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고, 지역 경제를 교란하는 심각한 범죄다. 사기를 막는 일은 결국 정보의 문제이고, 확인의 문제다. 모든 거래 앞에 한 번 더 묻는 습관이야말로 이 시대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