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단, 대한민국 제조혁신의 동심원 되길
영주가 국가산단의 도시가 됐다. 지난달 26일 영주시 적서동 380번지 일원에서 열린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기공식은 단순한 착공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역사적 선언이다.
이날 행사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공무원과 기업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주의 산업 르네상스를 알리는 첫 삽을 함께 떠올렸다. 이제 영주는 전국 15개 국가산업단지 중에서도 ‘전략산업 특화형’으로 지정된 유일한 베어링 산업의 거점이 됐다.
이번 산업단지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전기차·반도체·우주항공·로봇 등 대한민국 미래를 움직이는 핵심 부품, 바로 베어링의 국산화와 공급망 자립을 위한 국가적 대응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밀 베어링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산업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자립형 제조기술 확보가 국가적 필수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 과제를 영주가 맡게 된 것이다.
우리고장 영주는 이미 국내 유일의 하이테크베어링기술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밀가공과 기계소재 분야에 특화된 지역 내 대학과 인프라도 함께 갖추고 있다. 기술과 입지, 전략이 삼박자를 이룬 곳, 그것이 바로 영주다.
영주 국가산단은 2018년 8월 후보지 확정, 2023년 8월 최종 승인까지 무려 5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수차례 행정절차와 정부 심의를 통과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영주시, 개발공사 등 여러 기관의 지속적인 연대와 전략적 협력이 있었다.
지속적인 행정력과 정치력, 지역사회의 끈질긴 요구가 없었다면 이 기공식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다. 기공은 시작에 불과하고, 진짜 성패는 기업 유치와 생태계 조성, 그리고 사람을 붙잡는 도시 환경에 달려 있다.
영주시는 2025년까지 벌목과 토공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6년 분양,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정동~적서동을 잇는 2.1㎞의 진입도로 개설, 기업 맞춤형 부지 조성, 정주여건 개선 등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산단은 계획된 속도를 잃고 좌초할 수 있다.
영주를 포함한 비수도권 중소도시는 지금 인구 절벽, 청년 유출, 산업기반 해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산단은 이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상되는 경제 효과는 분명하다. 연 749억 원의 지역 내 경제 파급효과, 약 8천 명의 인구 증가, 고용 창출, 세수 확대 등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산업단지가 지역 청년의 일터가 될 수 있는가, 외지 인재와 기업이 실제로 이곳에 둥지를 틀 수 있는가이다.
산단 하나로 지역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산단을 중심으로 대학, 교육, 정주여건, 생활 기반까지 아우르는 도시 전체의 재설계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이제는 기공식의 열기보다 조용한 행정력과 정책의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경상북도, 영주시, 지역사회가 산단 하나를 넘는 도시 비전을 함께 그려야 할 때다.
산단은 삽으로 짓지만, 도시는 사람으로 만든다. 앞으로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단이 국가 제조 산업의 심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첫째, 기술 중심의 유망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둘째,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교육·문화·주거환경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산업단지와 원도심이 함께 숨 쉬는 균형 잡힌 도시계획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영주는 지금 국가가 주목하는 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시민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산단 유치는 행정의 몫이지만, 성공은 결국 지역 전체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