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찾아가는 식료품 서비스”, 농촌의 기본권 보장하는 정책 돼야 한다

2025-09-19     영주시민신문

농촌 마을이 ‘식품 사막(Food Desert)’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마트는커녕 구멍가게 하나 없는 행정리가 전체의 86%에 이른다. 면 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를 넘어 초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9개 면 중 7곳은 고령화율이 50%를 넘겼고, 나머지 2곳도 곧 그 경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먹거리 접근의 불균형, 곧 생존 조건의 위기다.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층은 집 앞을 벗어날 수 없고, 대중교통은 턱없이 부족하며, 전통시장과의 거리도 도보로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라지만, 고령자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꺼낸 이가 김화숙 영주시의원이다. 지난 9일 열린 제295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김 의원은 “찾아가는 식료품 서비스” 도입을 강하게 제안했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의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과 지역 여건을 분석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한 정책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이 사업의 핵심 구조도 제시했다. 중앙정부는 차량과 장비를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운영비를 부담하며, 농협과 사회적경제조직, 전통시장 상인회가 협력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전국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이 모델이 운영 중이며, 주 1~2회 정기적으로 식료품 차량이 마을을 찾아가 필요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주시에는 13개 전통시장 상인회가 존재한다. 상인회는 신선식품 유통에 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조직이다. 이들을 주체로 세우고 권역별로 이동판매 역할을 분담하면, 지역 상권 활성화와 고령층 식료품 접근권 보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윈-윈 모델이 된다.

또한 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자치위원회가 기획과 운영에 참여할 경우, 사업의 지속성과 참여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행정이 단독으로 책임지기보다 주민 주도형 협력모델로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김 의원은 “마을 구판장이 사라지고, 만물 장수마저 발길을 끊은 지금, 농촌 어르신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접하는 일은 삶의 기본 조건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말은 곧 농촌의 식료품 접근권이 단순한 편의가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생존권과 건강권의 문제임을 일깨우는 경고다.

영주시가 지금 이 제안을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농촌 고령층은 점점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 건강 악화, 영양 불균형, 지역 공동체 붕괴 등 연쇄적인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정책적 의지와 지역을 향한 책임감이다. 차량 한 대, 냉장시설, 인건비 일부로 시작할 수 있다. 전통시장 상인, 마을 리더, 주민자치회와 머리를 맞대고 시범 운영부터 시작하자. 마을회관, 경로당을 공급 거점으로 설정하면 행정력과 인프라도 분산되지 않는다.

‘찾아가는 식료품 서비스’는 결코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농촌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생명선이자, 지방소멸을 막는 최소한의 버팀목이다. 영주시가 이 사업을 조속히 구체화해 실행에 옮길 때, 우리는 오늘을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길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