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82] 물티슈 인턴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9-12 영주시민신문
물티슈 인턴
- 김동균
두 손 모은 한 남자 책상 옆 물티슈처럼
축축해진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일회용 깨끗한 인사 긴장을 닦아낸다
쏙쏙 뽑힌 초년생 구석까지 자리잡아
눈치가 마르기 전 말끔하게 처리하면
정규직 끈질긴 도전 이뤄낼 수 있을까
다짐을 다 뽑아 써 내일 향한 낱장을
땀으로 적셔 놓고 빈틈없이 닫는 오늘
새롭게 풀어쓸 날들 패기로 살아난다
- 슬기로운 인턴 생활
마냥 쉽지만은 않은 미래를 두고 답을 좇아왔는데, 질문은 두고 온 것처럼 각자의 재능들이 시험대에 올려집니다.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인턴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사무실 청소입니다. 쓸고 닦고 정리하는 아침이면 먼지 하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청소도구들이 달려듭니다. 청소에 혼쭐을 놓고 물휴지를 뽑아 더러운 걸 닦다가, 무심코 물티슈에 투영된 나의 모습을 읽습니다. 나의 쓸모와 소신이 일회용으로 끝날 수도 있는 그것과 닮은 듯해서 짠해지는 순간입니다.
비록 일회용이지만 포착한 기회와 더러움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깨달음을 먹는 물티슈. 그의 쓸모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의 발걸음을 살피며 “새롭게 풀어쓸 날들”을 위하여 “땀으로 적셔 놓고 빈틈없이 닫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봐도요.
인턴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깨끗해지고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긴장을 닦아”내는 인턴들의 저녁이 맛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손 모은” 인턴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