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181] 백점 맞기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9-06     영주시민신문

백점 맞기

                      - 진현정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 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

 

- 울어도 시원찮을,

한 개만 틀린 시험지를 들고 와도 잔소리 오지게 듣고(위 동시처럼), 어쩌다가 백 점짜리 시험지라도 들고 가면 “너 말고 백 점 맞은 사람 또 몇 명 더 있어?”라고 추궁하는 엄마들.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어?” 물으면, “난 항상 전교 1등만 했어”라는 사실 같은 거짓말 앞에서 주눅 드는 아이들. 백 점 추구가 완벽 추구로 이어지고, 완벽 추구가 신경증으로 변해간다는 걸 알기나 할까요? 엄마들은…

아이를 실컷 다그쳐놓고는, “아니 이게 울 일이야?” 말하는 엄마. “일부러 틀린 것도 아닌데 적당히 좀 하자.” 도와준다고 끼어든 아빠 때문에 부부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상황. 아이는 절망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서 95점 맞았더니,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해도 틀린 한 문제에 잡아 먹혀 눈물만 뚝뚝 흘리네요.

왜 울긴요? 그걸 정말 엄마들은 모르는 걸까요? 엄마가 된 것도 처음이라 갈팡질팡할 수는 있다지만, 아이가 기계도 아닌데 맞춤형 자식으로 살 순 없잖아요. 이 뼈 때리는 동시 한 편이, 조금 벗어난 사랑을 꾸덕꾸덕 울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