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없애면 기회도 사라진다” ... 도심철도, 영주의 미래로 활용해야
구도심·관광 살릴 철도 활용안 제안… ‘영주 1호선’ 구상 봉화~영주~예천~도청신도시 잇는 전철, 국가철도망 연계도 강조
영동선 도심 구간 이설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구 선로를 없애지 말고 ‘관광철도+광역전철’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본지를 만난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박종선 전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장은 “도심 선로는 지역이 버려야 할 낡은 구조물이 아니라 지역 재생을 위한 핵심 자산”이라며 “전철화가 완료된 영동선과 앞으로 전철화가 예정된 경북선을 묶어 ‘영주 1호선’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미 구축된 전기철도에 2량짜리 전동차를 투입해 봉화~영주~예천~도청신도시를 잇는 광역전철을 운행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풍기~영주~문수 국가산단 구간 중앙선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영주를 광역전철 2개 노선이 X자형으로 교차하는 철도 기반 도시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관광열차와 전철, 두 축으로 활용해야
특히 도심 구간 선로를 관광열차 운행에 활용하자는 구상도 주목된다. 전 연구원은 “예천 내성천에서 영주 도심을 지나 낙동강 수생태 국가정원(이산면), 봉화 일대 낙동강 상류 계곡으로 이어지는 경북선~영동선 철도는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선 전 본부장은 “도심 선로를 활용해 관광열차를 운행하면 수생태 국가정원(이산면)과 원당로 오일장, 근대역사문화거리, 영주동 문화의 거리 등을 직접 연결할 수 있다”며 “철도가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은 또 “단선 전철만으로도 하루 36회, 30분 간격 운행이 가능하다”며 “번영로 또는 구성로와 철도 교차점 인근 지점 및 수생태공원 인근 등 도심 곳곳에 구미 사곡역(대경선)과 같은 소규모 전철역을 배치하면 상권과 관광 활성화 효과도 커진다. 철길만 있으면 장벽이 되지만, 역이 있으면 길이 된다”고 말했다.
▲ 이설은 미래 기회 스스로 차단하는 선택
반면 영주시는 도심 구간 전면 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영동선 도심 통과 구간 이설 타당성 조사’ 중간보고회에서는 고가화·지하화·전면 이설이 검토됐고, 최종적으로 이설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본부장은 “도심 선로를 없애는 것은 향후 전철화나 관광 철도와 같은 미래 활용 가능성을 영원히 차단하는 선택”이라며 “일본 도야마(富山)시는 폐선 위기의 철도를 도시·광역철도로 살려 압축도시(compact city)의 중심축으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부천 김포선처럼 폐선 후 30년 넘게 경전철 논의만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철도를 없애고 다시 까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도야마 시의 선례를 본받는 것이 낫지, 흔한 폐선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영주 1호선, 도시와 농촌 잇는 life line(라이프 라인)
두 사람은 도심 선로를 활용한 ‘영주 1호선’이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도시 재생과 인구 유입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 연구원은 “영주 시내와 국가산단, 도청신도시를 연결하는 광역망을 구축하면 출퇴근 교통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청소년·노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본부장은 “철도를 활용해 구도심에 숨을 불어넣고 관광산업과 연계된 지역경제 재생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철도를 외곽으로 내보내는 순간 영주는 스스로 기회를 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 국가철도망 구상에서도 영주가 중심 돼야
이들이 이같은 대안을 내놓은 것은 서산~영주~울진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계획, 그리고 예천~도청 신도시~안동간 철도 신설 계획과도 관련이 깊다.
전 연구원은 “12월 발표를 목표로 국토부가 지자체의 제안을 받아 정리 중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경북 북부권 횡단철도가 영주를 지나야 한다. 그래야 영주·예천·봉화·영양·울진 같은 내륙지역이 전국망 주축에 편입된다”며 “철도망에서 소외되면 교통 오지로 전락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교통 기반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근 지자체가 서로 다른 노선을 제안하고 경북도와 이견을 보이면, 정책성 분석 단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국가 예산 상황상 유사 기능 노선을 여러 개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 지자체 요구 노선을 짓는데 필요한 예산의 전체 규모가 600조 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있는데 현재 예산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다 건설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 본부장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정책성 분석이 중요한데, 지자체 간 의견이 엇갈리면 탈락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영주역을 철도망 핵심으로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명분이 분명히 보여야 한다. 도심 선로를 적극 활용해 영주가 철도 중심 도시라는 미래상을 보여줘야 국가철도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영주 1호선, 시민의 일상 속 철도가 돼야
전 연구원은 “철도는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유기적 네트워크다. 거대한 담론도 시민의 지지 속에서 현실이 된다”며 “시민이 체감하는 일상철도가 있어야 고속철과도 긴밀히 연계된다. 영주 1호선은 시민의 철도 경험을 만드는 lifeline(생명선)”이라고 말했다.
박 전 본부장도 “영주는 철도를 기반으로 도시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그래야 철거·이설을 택한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고, 실제 수요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선로를 버릴 게 아니라, 영주의 미래를 여는 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