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애향인 인터뷰[126] 전원주택에 행복을 짓는 목수, ‘박목수’ 박승태 건축여행 대표의 나의 살던 고향은
손끝으로 짓고 마음으로 채우는 집, ‘박목수’의 건축 세계는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무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기계공학도에서 세계 공장을 짓는 건설자로
퇴직 후 건축에 빠져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혀
3D 도면과 디테일 매뉴얼로 건축 신뢰 쌓아
여행하며 배우고 글 쓰는 건축 작가의 길도
스스로 ‘박목수’라 칭하는 건축인이 있다. 바로 목조 건축 회사 ‘건축여행’ 박승태 대표이다. 그는 큰 건축보다 전원주택 같은 사람이 생활하는 작은 건축에 관심이 있다. 건축에도 사람의 행복에 초점을 둔다. 그에게 ‘박목수’는 호이자 브랜드이다. 박승태 대표는 작가이기도 하다.
건축에 대해 깊은 이해와 인문학적 시선을 결합한 글을 쓴다. 그의 건축 여행 경비는 건축주가 기꺼이 부담한다. 그가 만드는 건축이나 쓰는 글은 건축주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무얼 원하는지 꼼꼼하게 챙기고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성장하셨어요?
한정마을에서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자랐습니다. 영주남부초등학교가 가장 가까운 학교로 제 모교입니다. 중학교는 영광중학교를 나왔고 고등학교는 영주제일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당시엔 종합고등학교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갔습니다. 90 연세 어머니는 큰형님이 모시고 계십니다.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보내셨군요. 지금 건축을 하시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건축을 전공하셨나요?
영주제일고 당시 영주종고 기계과를 다녔습니다. 대학의 전공도 기계공학과였습니다.
기계 쪽 전공인데 지금 건축을 하고 계시군요.
기계공학 전공으로 대학을 나와 포항제철에 약 2년간 있었습니다. 그 뒤 삼성에 입사하고 승진하며 기계 설계에서 손을 떼고 공장 건설 현장으로 갔습니다.
당시 삼성코닝이 글로벌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장을 상당히 많이 지었습니다. 독일,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등 공사 현장을 엄청나게 돌아다녔습니다. 독일에서 한 7년 정도 살고 미국에서도 살고 여러 나라 돌아다니면서 삼성의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퇴직을 하고 나서도 건축을 보기 위해서 여러 번 여러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해외 플랜트 건설에 핵심적 역할을 하셨군요?
열심히 일했습니다. 공장 건설을 주로 하며 장기 근무도 하고 건설 감독도 하고...
지금 하시는 일이 건축인지라 건축 전공이신 줄 알았습니다.
제가 기계 쪽 일을 하다가 이제 업무 범위가 늘어나며 건축에도 관여를 하게 되었는데 건축이 제 적성에도 맞더라고요. 또 윗사람들이 건축 쪽 업무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 공장 건설 업무에 집중하게 된 거지요.
대단하십니다. 건축 전공도 아닌데 해외 여러 현장의 공장 건설을 하시고...
공부란 게 대학까지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공장 건설을 하며 건축 업무가 진짜 좋더라고요. 좋아하면 더 열심히 깊게 파고들잖아요. 학창 시절 공부만이 공부의 전부는 절대 아닙니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나왔다는 게 늘 붙어 다니는 우리 문화에 경종을 울리시는군요. 삼성에서 그렇게 재미 붙인 건설 업무를 하시다 왜 독립을 하셨어요?
제가 40대 말에 퇴직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더 승진하면 건축 현장도 떠나게 되거든요. 50대부터 70대 중반까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그 뒤엔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이 50세 넘어서서 고민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준비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퇴직 시점이 48세였습니다.
더 승진하면 자기 하고 싶은 걸 하기 힘들고 새로운 자기 세상을 준비할 수 없다는 거군요.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엔 여러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겠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고 정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 좋잖아요. 정해진 틀 속에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기 길을 정해서 가는 게 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성적이 좋은 사람은 정해진 길을 가고 고위직 후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이 봅니다. 요즘 고향 관련 모임 중 참석하면 재미가 있는 모임이 있나요?
영주에서 학교를 넘어 같은 해 졸업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도 바로 친구인 모임입니다. 다양한 친구들이 참석합니다. 별의별 친구들이 다 있지요. 신선한 느낌도 드는 모임입니다.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별의 별 친구들이 다 있는 모임인데 만나면 바로 친구인 모임... 기업들도 이업종 교류를 촉진하는데 그런 효과도 있겠군요?
그렇지요. 전혀 다른 분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임을 하고 바로 터놓고 소통하는지라 새로운 관점, 새로운 지식 외에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퇴직 후 한옥을 공부하셨는데?
퇴직 후 한옥을 비롯 건축 관련 모든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삼성에 근무할 땐 정해진 예산으로 건설하는 것.. 이런 것 외에 새롭게 평창 산속에서 한옥 만들기도 배웠고 실내 건축 인테리어, 건설, 조경공사, 서양의 목조 건축 등을 몸으로 체험하며 배웠습니다. 약 5년을 그렇게... 회사에 계속 다니면 윗 직급으로 갈수록 자기 손으로 하는 걸 더 많이 떠나서 불가능합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난다... 가족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요?
상당한 모험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자 정한 일을 하니 직장 다니며 달고 살던 위장병도 바로 사라지던데요(함께 웃음).
자기 길을 스스로 정하고 새로운 걸 배운다...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건축 관련 모든 걸 배우겠다고 정했고 배운 건 바로 정리해서 인터넷 카페에 올렸습니다. 배울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정리하며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걸 카페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도 들어와 볼 수 있었습니다. 한옥을 지으려 평창 산속에 갔더니 선생님이 도면 없이 집을 지으시더군요. 연세가 많은 분이었는데 라면 박스에 기둥 위치만 딱 터치해서 집을 짓자고... 신기했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서까래만 다듬었습니다(함께 웃음). 저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걸 밤 두세 시까지 3D 도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도 붙였고요. 선생님이 처음에는 대수롭게 보지 않으셨습니다만 나중에 3D 도면으로 입체적으로 보여드리고 필요한 부대 사항을 매뉴얼로도 보여드렸습니다. 그 뒤 선생님이 의뢰 들어온 한옥 건축을 제게 맡기기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건축은 3D 도면으로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D 도면으로 만들려면 배운 걸 되새기기도 해야 하지만 공부를 더 해야 했습니다. 3D 도면으로 만들면서 배운 걸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3D 도면 작성에 그치지 않고 해설도 붙였습니다.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그걸 보며 좋아했습니다. 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시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보실 수 있게 공개하셨군요. 지식공유... 선비의 고장 영주 출신답습니다(함께 웃음)
제 카페에 들어오시면 건축 관련 3D도 보고 해설도 보시면 배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많이 되지요. 놀랍게도 어느날 제 카페에 들어오셨던 분이 그걸 보고 제게 집을 지어달라 하시더군요. 전혀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올리는 내용을 보고 믿음을 가지셨나 봅니다.
모르는 사람이 건축을 의뢰한다는 건 단순히 설계도면에 대한 신뢰만은 아니겠는데요?
아마 제가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게 3D 도면 수준에 그치지 않고 어떤 자재를 쓸 것인지를 비롯 설계도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건축에 있어 건축 중 또는 건축 후의 분란 야기 소지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세부 메뉴얼까지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미리 세부적인 걸 건축주가 동의했어도 중간에 건축주가 다른 요청을 할 수도 있거든요. 건축주가 새롭게 요청한 것이니 건축비가 올라도 분쟁으로 발전하지 않지요.
디테일에도 강하시군요. 우리나라 한옥처럼 서양도 목조건축이 있지 않나요?
유럽의 집은 대부분이 목조 구조이지요. 그 목조 건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가 약 30년 정도가 됐어요. 그렇지만 대학에서 이 건축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아직 없습니다.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으니 목조건축 시장의 난맥상이 보입니다. 건축주와 건축업자 간 분쟁이 많이 생깁니다.
우리 한옥과 서양 목조건축물.. 무엇이 다른가요?
우리 한옥은 건축비용을 매우 비싸고 단열에 단점이 있습니다. 얇은 종이 한 장만이 있는 문이고 문을 작게 하면 어둡지요. 대신 온돌이 있습니다. 온돌의 장점을 서양 사람들도 이제 압니다. 우리나라 보일러 회사가 해외 공장을 많이 지을 정도입니다.
건축여행 글을 쓰시는데 국내외 건축여행이군요. 경비도 만만찮을텐데요.
저는 건축 여행이 즐겁습니다. 사람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행복을 만드는 건축,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패시브하우스)를 좋아합니다. 여행경비는 건축주가 부담해 주시지요.
<‘박목수’ 박승태 대표 프로필>
- 영주 한정마을 출생
- 영주남부초등학교, 영광중학교 졸업
- 영주제일고(당시 영주종고 기계과) 졸업
- 대학에서 기계공학 전공 후
잠시 기계 설계하다 건축에 몰입
- 삼성코닝 등 삼성그룹에서 해외 공장 건설 감독 등
- (현) 건축여행 대표
- (저서)
「집 짓는 이야기 건축시공백서」,
「건축주가 원하는 행복한 집 짓기」,
「힐링이 절로 되는 자연 속의 집」,
「박승태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