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저출생 극복, 지역의 ‘생활문화 운동’이 해답이 돼야 한다

2025-08-29     영주시민신문

영주시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부담타파 4대 문화운동’ 읍면동 릴레이를 시작했다. 오는 10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운동은 결혼·출산·육아·일·생활 균형 등 네 가지 영역을 생활 속 실천 과제로 삼았다. 작은 결혼식 확산을 통한 비용 부담 완화, 다양한 가족 형태 존중, 아이 우선 문화와 육아휴직 보장, 양성평등과 워라밸 확산이 그 골자다.

지방의 저출생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위기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합계출산율은 전국적으로 0.7명대에 머물러 있고, 농촌 지역은 이보다 더 낮다.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높은 주거 비용과 과도한 결혼·예식비 때문에 시작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과 육아는 ‘개인 책임’으로 남겨진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교육·돌봄 인프라 부족과 경제적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 구조”가 저출생의 본질적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영주시가 생활 속 문화운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의미가 크다. 저출생 문제를 단순히 국가정책이나 재정지원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지역 기관·단체가 함께 서약하고 실천을 약속하는 릴레이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주민 삶 속에 뿌리내릴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은면이 민원실에 현수막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운동 취지를 알리고 일상 속 실천을 독려하는 사례는 그 한 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저출생 극복은 단순한 의지 표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출산·육아를 둘러싼 경제적, 제도적 장벽을 줄이는 구체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작은 결혼식이 비용 절감의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청년 주거 안정, 안정적 일자리, 장기간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직장 문화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한다는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하다. 비혼, 만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기존의 전통적 가족 모델만을 전제로 한 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야 결혼과 출산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영주와 같은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이 저출생과 맞물려 더 큰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이 지역을 떠나면 아이를 낳고 기를 기반 자체가 사라진다. 이번 릴레이가 진정으로 힘을 가지려면,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살고 싶은 영주’를 만드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 일자리, 문화, 주거가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야 저출생 문제는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출생은 단순히 출산율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존속, 나아가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중대 과제다. 행정만의 몫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영주시의 이번 릴레이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고, 주민 주도의 생활문화운동으로 정착해 새로운 가족 문화를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