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극한 기후, 경고를 넘어 현실로

전미경 (수필가)

2025-08-22     영주시민신문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달궈진 건물, 아스팔트, 차체는 물론 지구 위 모든 사물이 불가마 속이다. 햇볕 아래 잠시만 서 있어도 숨이 막히며, 실내에서조차 냉방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요즘이다. 더운 여름이 해마다 길어지면서 폭염은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우리는 이 더위에 점점 적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도로 위, 공사장, 바다, 들녘 등 태양에 노출된 모든 곳이 끓어오르고 있다.

폭염의 기세는 상대적으로 덜 더웠던 동유럽까지 범위를 확산했다. 폭염이 산불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토양이 다시 수분을 빼앗아 홍수의 위험을 높이면서 악순환을 낳고 있다. 알프스에선 해마다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아내려 지구 온난화를 부추김으로써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우려되는 건 폭염만이 아니다. 고온 건조한 날씨로 가뭄을 겪던 곳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예기치 못한 산사태도 발생한다. 더위에 시달리다 기록적인 폭우를 맞고, 다시 폭염이 찾아오는 극한 기후의 반복이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는 생명체의 적응 속도를 초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극한 폭염과 극한 폭우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해마다 극단적인 기후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40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면서 열사병 환자가 느는 추세다. 특히 농촌에서는 극한의 기후가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가뭄으로 인해 메마른 땅에서는 작물이 말라 가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토양이 침식돼 수확량이 많이 감소한다. 자연은 더 이상 순리대로 흐르지 않고, 언제 어디서 어떤 재앙과 마주할지 모를 위기에 놓여 있다.

폭염과 폭우, 태풍과 폭설 등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소중한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다. 재앙은 결국 우리가 자초한 것으로 경고를 무시한 결과다. 그동안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실은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본질적인 변화를 외면했다.

사람들이 냉방기를 찾아 더위를 식히는 동안 실외기에선 연신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냉방은 전력 소비를 증가시키고, 다시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위를 피하는 우리의 방식이 폭염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음이다. 문제는 이 악순환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누구도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불안이며 무서움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은 달라지는 게 없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탄소 배출은 기후 위기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뿐이다. 문명의 편리함만큼이나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올여름, 이란은 50도를 넘는 폭염으로 전력과 수도 소비를 줄이기 위해 테헤란 주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중국에서는 태풍으로 남부 광둥성에서만 67만 명이 대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극한 기후는 우리에게 언제든 자연재해가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음의 메시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대응책 마련에 미흡하다. 개인마다 일상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작은 실천이라도 습관화해야 한다.

최근 무더위를 피해 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의 푸른 들녘으로 향했다. 도심의 열섬현상이 없는 자연 속에서는 간간이 서늘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도농복합도시인 영주가 얼마나 사람 살기 좋은 곳인지, 왜 시민들이 청정의 땅 영주를 지키려 노력하는지, 유해환경 차단에 그토록 사활을 거는지를 말이다. 더위를 식힐 최고의 피서지로 자연의 품만큼 좋은 곳은 없다.

영주가 품은 천혜의 자연자원은 단지 지역의 자산만이 아닌,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고 지켜나가야 할 보물이다. 시민들이 지역 자원을 아끼며 지키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맞닥뜨린 극한 기후에 맞서는 일이다. 극한 기후를 다스리는 모두의 노력, 경고를 넘은 현실에서 각자 책임을 다할 때 세상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